팀 버튼 감독의 작품에서는 초현실과 상상력, 환상의 세계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그는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뒤섞고 아름다움과 추함, 기묘한 이미지와 코미디를 버무려 독특한 색채를 창조함으로써 사랑받아왔다. 그가 감독으로 처음 명성을 얻은 영화는 1988년 작 ‘비틀쥬스’. 이 작품의 후속편 ‘비틀쥬스 비틀쥬스’가 36년 만에 관객과 만난다.
4일 개봉하는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여전히 유령들의 세계를 오가며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 앞서 ‘비틀쥬스’는 유령이 된 찰스 부부의 집에 소녀 리디아의 가족이 이사 오며 벌어지는 사건을 담았다. 비틀쥬스는 인간퇴치 전문이지만 위험하기 그지없는 유령으로, 리디아와 결혼하려다 실패했다.
30여년이 흐른 현재 리디아는 X세대(1960년대 중반∼1970년대 후반 출생) 엄마가 됐다. 남편과 사별했고 ‘젠지’(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후반 출생) 딸인 아스트리드를 기르고 있다. 아스트리드는 늘 툴툴대고 반항적이다. 귀신을 본다고 주장하는 엄마가 못마땅하고 아빠의 죽음도 엄마 탓인 것만 같다. 영화는 이 모녀가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는 큰 줄기를 따라간다. 일종의 X세대와 Z세대 화해극인 셈이다. 신작에서는 아스트리드가 함정에 빠져 저세상에 갇히자 엄마 리디아가 딸을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비틀쥬스를 소환한다. 저세상에서는 비틀쥬스의 전 아내가 부활해 남편을 찾아 헤매며 횡포를 부린다.
다만 원작에 향수가 없다면 본격적인 서사가 펼쳐지기까지 서론이 길게 느껴질 수 있다. 가족 간 갈등과 오해가 풀리고 화해하는 메시지도 새로울 것이 없다. 인간 캐릭터들의 매력이 크지 않은 점은 아쉽다. 리디아는 귀신을 보는 스트레스에 더해 비틀쥬스가 지난 세월 내내 자신을 노리고 있음을 느껴온 탓에 소극적인 중년이 됐다. 딸 앞에서 속상한 표정만 지을 뿐 엄마로서 시원하게 한마디 하지 못한다. 결혼조차 마지못해 끌려가듯 결정한다. 할머니가 된 딜리아가 리디아에게 “좀 주체적으로 살아, 매일 나 괴롭히던 고스걸은 어디 갔니?”라고 묻는 장면은 보는 이의 심정을 대변한다. 본인만의 예술세계에 심취한 딜리아는 다소 이기적으로 보인다. ‘젠지’ 아스트리드의 버릇없음은 상투적이며, 귀엽게 봐주기 힘들다. 악역이지만 비틀쥬스가 가장 정감 있고 유쾌하며 매력이 넘친다.
이 작품은 추석 극장가에서 ‘베테랑2’와 경쟁하게 된다. 팀 버튼의 명성, 원작에 대한 추억이 이 영화가 가진 강점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말 막이 오른 제81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는 개막작으로 상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