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지방공기업인 밀양시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이 밀양시로부터 “윗분 뜻”이라며 사퇴를 종용받아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3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30일 오후 6시30분쯤 밀양시청 인근 한 식당에서 밀양시 기획감사담당관 A씨, 밀양시시설관리공단 이사장 B씨, 밀양시시설관리공단 본부장 C씨가 저녁 식사 자리를 가졌다.
이날 자리는 A감사관이 며칠 전 B이사장과 C본부장에게 “저녁을 같이 먹자”고 제안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B이사장은 A감사관과 업무차 만나는 자리라고 생각하고 참석했다가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들었다.
A감사관이 B이사장에게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한 것이다. B이사장은 “며칠 전에 저녁을 먹자고 연락해서 당연히 업무차 보자고 하는 줄 알았는데, 기껏 만나서 하는 이야기가 나더러 ‘이사장을 그만두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B이사장은 “A감사관 말이 이사장 사퇴는 ‘윗분의 뜻’”이라며 “여기서 ‘윗분’이 과연 누구이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내가 당장 그만두겠다고 하니 마치 선심 쓰듯이 ‘10월까지는 근무해도 된다’고 해 기가 찼다”고 전했다.
A감사관은 이 자리에서 B이사장뿐만 아니라 C본부장에게도 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B이사장은 이달 2일 밀양시에 ‘일신상의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이며, C본부장은 연가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B이사장은 A감사관의 이 같은 사퇴 종용은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B이사장은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밀양시시설관리공단의 임원은 임기가 보장돼 있는데 A감사관의 사퇴 종용은 명백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며 “게다가 본부장의 임명 권한은 이사장에게 있기 때문에 감사관의 본부장 사퇴 종용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B이사장은 지난해 1월 이사장에 취임했으며, 임기는 3년이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2026년 1월까지 이사장으로 근무 가능하다.
A감사관은 B이사장 측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A감사관은 “나는 B이사장의 사퇴를 종용한 적도, 그런 발언을 한 적도 없을뿐더러 그런 이야기를 할 위치에 있지도 않다”면서 “(B이사장의 사직서 제출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하기가 그렇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퇴 종용 의혹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안병구 밀양시장은 “그 부분을 내가 지금 답변하기가 좀 그렇다”면서 “B이사장이 사직서를 가져 왔길래 (사직서를) 수리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안 시장의 이 같은 입장을 전해 들은 B이사장은 “이사장으로 재직한 동안 행정안전부의 공기업 평가가 올라가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지언정 문제가 될 만한 요소는 없었다”며 “내가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다. 내 말이 거짓이면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