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 이후 역대 최장 순방길에 나섰다. 아시아·오세아니아 4개국 순방에 나선 교황은 2일 오후 5시 33분(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국제공항에서 출발해 3일 오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인근 수카르노 하타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전용기에서 내린 교황은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며 마중 나온 인사들과 인사했다. 이어 하이브리드차인 흰색 다목적차량(MPV) 도요타 이노바 제닉스를 타고 숙소인 자카르타 주재 바티칸 대사관으로 이동했다.
현지 안타라통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당초 고급 방탄 세단을 제공하려 했지만, 평소 검소한 생활을 하는 교황이 이를 거부해 인도네시아에서 널리 쓰이는 차량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숙소도 고급 호텔이 아닌 바티칸 대사관을 이용한다.
교황은 이날 외부 일정 없이 숙소에서 휴식할 예정이었지만 난민과 이주민, 환자 등을 만나 위로했다. 교황청은 교황이 미얀마에서 박해받는 소수민족 로힝야족 난민을 비롯해 소말리아와 스리랑카 등지에서 건너온 난민과 이주민 등을 만났다고 설명했다.
교황이 2013년 즉위한 후 45번째인 이번 해외 사목 방문은 기간과 거리에서 역대 최장이다. 이번 순방은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싱가포르로 이어지는 총 12일간의 강행군으로 비행 거리만 3만2814㎞에 달한다. 교황은 순방 기간 4개국에서 모두 야외 미사를 집전하고 40개 이상의 행사를 주재할 예정이다.
12월에 88세가 되는 교황에게는 쉽지 않은 일정이다. 교황은 10대 시절 폐의 일부를 절제했고 무릎과 허리 통증으로 보행이 불편하다. 역대 교황 중에서도 프란치스코와 같은 고령에 장기간, 장거리 순방에 나선 적은 없었다. 전임자 베네딕토 16세는 85세에 스스로 물러났고 그에 앞서 요한 바오로 2세는 84세에 선종했다. 교황의 이번 순방이 가톨릭 교회에서 점차 커지는 아시아의 입지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유럽과 북미에서 신자가 점차 줄어드는 것과는 달리 출산율이 높고 새 신자가 늘어나고 있는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는 가톨릭의 새 터전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