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 시대 [더 나은 경제, SDGs]

출처=셔터스톡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개인사업자 328만5000여명이 대출을 보유 중이고, 이 중 18만6000여명이 원금과 이자를 연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잔액은 884조4000억원 규모이며, 원금과 이자를 합쳐 연체된 금액은 약 15조5000억원이다.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은 367만3000여개 사업장 중 1분기 기준 65만5000곳이 폐업했으며, 이들 사업장의 대출 잔액 평균은 9570만원이었고 연체금 평균은 812만원이었다.

 

특히 연체 차주 대출액의 약 62%인 9조6000억원이 연 10% 이상 고금리를 적용한 여신전문업체나 상호금융(농협·신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대부업 등에서 빌린 돈이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영업 중인 가동 사업자는 995만명이며, 이중 개인사업자는 864만8000명이다. 이들 개인사업자 중 약 38%가 대출을 보유하고 있었고, 폐업한 사업장은 1억원 미만의 채무를 갚지 못한 상태였다.

 

또 국가통계 포털을 보면 우리 국민 5175만명 중 생산인구(경제활동인구·만 15세 이상 인구 중 수입이 있는 일에 종사하고 있거나 취업하기 위해 구직활동 중인 이들)가 약 3622만5000명인데, 이들 가운데 약 9%에 해당하는 개인사업자가 대출을 보유 중이다. 만약 이들이 고용하는 근로자가 1~2명이 더 있다고 가정했을 때 생산인구 전체의 약 18%~27%에 해당하는 근로자가 사업장의 대출금과 연체 탓에 일자리와 직장을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2100년 대한민국 인구는 약 2400만명이 될 거라고 예상되는데, 그만큼 전체 인구 중 경제활동인구는 더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더 깊어질 수 있어서다.

 

지난 7월 기준 ‘그냥 쉬었다’는 청년층(15~29세)은 전년 동월 대비 4만2000명 늘어난 44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그냥 쉬었다’는 질병이나 장애가 없지만, 막연히 쉬고 있는 상태를 이르는 것으로, 이들은 취업이나 구직활동도 하지 않았다. 경제활동인구 조사 당시 왜 쉬는지에 대한 물음에 이들 중 약 61.6%는 “원하는 조건(임금·근로)에 맞는 일자리가 없거나 이전에 구직활동을 했지만 더는 일거리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눈높이에 맞거나 장기 고용보장이 되는 일자리를 찾기 힘들었다는 답변으로 볼 수 있다.

 

2022년 서울시와 서울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서울시 전체 가구 중 34.9%가 1인 가구였고, 이 중 청년 1인 가구는 48.9%였다. 또 이 청년 가구 중 46.7%가 하루 한 번 이상 끼니를 거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생산인구의 약 23.8%가 개인사업자인데, 이들 중 상당수는 채무 연체로 일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또 저출산·고령화로 점점 줄고 있는 청년층에서는 많은 이들이 무직이거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편이다.

 

한편에서는 비싼 가격에도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무리한 부동산 투자에 뛰어드는 이른바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은 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서울에서 공급가 기준 3.3㎡당 평균 실거래 가격이 가장 높은 강남구 아파트 가격은 2021년 8월 기준 6749만원이었는데, 지난달에는 7047만원으로 상승했다. 33평 아파트로 보면 약 24억원대에 이른다. 평범한 자영업자나 개인사업자, 직장인, 청년이 접근할 수 없는 가격 수준이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이 상당 부분 규제에 막히고 금리도 높은 상황이지만, 그런데도 무리하게 대출받아 부동산 투자나 매입에 나서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유튜브 채널과 방송, 신문 등 다양한 언론·정보 매체를 보면 직장생활과 급여를 통해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말이 쉽게 들린다. 그런 탓에 청년층부터 장년층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주식이나 코인, 부동산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입) 등 동원할 수 있는 투자방법을 찾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우리는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란 물음에 고민하다 전과 비슷한 답을 내놓게 된다. “아무리 노력해도 돈이 없다.”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생명보험상품 효력 상실 및 해약 누적 건수는 지난 5월 기준 273만5900건으로 한달 전 222만3970건보다 51만1930건 늘었다. 이는 동년 대비 4만여건 늘어난 수치다.

 

투자하거나 사업을 하거나 혹은 가게를 운영하기 위한 몇천만원, 몇억원을 구하기 무척 힘든 시대. 그래서 보험료에 들어가는 단돈 몇만원, 또는 몇십만원도 아낄 수밖에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김 대표는 현재 한국거래소(KRX) 공익대표 사외이사, 유가증권(KOSPI) 시장위원회 위원,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 선임협력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