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작가 첫 뉴욕 메트미술관 조형물… 이불 “제작과정 마치 신병 앓은 듯”

세계적 현대미술가들의 로망
12일부터 4개의 조형물 공개
2025년 5월까지 건물 정면 장식

한국 예술가로서는 최초로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메트) 미술관 외관에 설치될 조형작품 의뢰를 받은 이불(60) 작가가 제작 과정을 ‘신병’(神病)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 작가가 지난 1년간 메트 외관에 설치될 조형물 4개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여러 번 앓아누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가 “신병을 앓은 것 같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술가 이불. 연합뉴스

메트는 매년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들의 조각 작품으로 건물 외관을 장식한다. 지난해에는 이 작가에게 작품을 의뢰했고, 이 작가의 작품은 12일부터 내년 5월까지 건물 정면을 장식하게 된다.

 

이 작가는 작품이 전시될 미술관 외벽을 구상적 요소와 추상적 요소를 결합한 4개의 대형 조형물로 구상했다.

 

이 중 2개는 현재 메트가 소장하고 있는 사이보그 연작의 세계관과 비슷하다. 이 작가는 고대 그리스의 대표 조각상인 ‘사모트라케의 니케’를 언급하며 “신화 속 캐릭터를 닮은 것 같지만 현대 조각 같기도 하다”고 짚었다.

 

나머지 2개는 음식물을 토해내고 있는 대형견을 묘사했다. 이 작가는 과거 키우던 진돗개가 속이 불편할 때면 일부러 풀을 뜯어 먹은 뒤 음식물을 토해낸 장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전했다.

 

이 작가는 인터뷰에서 지난달 초 서울 자택에서 거대한 지네에 왼쪽 발뒤꿈치를 물린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발뒤꿈치에 큰 못이 관통하는 듯한 고통과 함께 일종의 계시를 받은 기분이었다”며 마무리 작업에 전념하라는 신호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 미술가로 꼽히는 이 작가는 1964년 강원 영월에서 태어나 1982년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했다. 기존의 조각 전통을 탈피하기 위해 천, 솜, 유동적인 철사 등 ‘소프트(부드러운) 조각’을 사용한 작품으로 이름을 알렸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1997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 전시에 초대돼 ‘화엄’이란 작품을 전시하면서부터다. 이 작가는 반짝이로 장식된 생선 63마리의 썩는 과정과 냄새를 전시해 시각문화가 중심이 된 미술의 역사를 비판하려 했는데, 악취로 개막 다음 날 일부가 철거되며 화제가 됐다.

 

이후 뉴욕 뉴 뮤지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영국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 등 세계 최정상급 미술기관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이탈리아 베네치아 비엔날레 본 전시에 한국 작가로는 유일하게 1999년과 2019년 두 차례 초청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