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獨공장 폐쇄” 폴크스바겐, 우리에게 기회지만 경각심 가질 때

유럽 최대 완성차 업체이자 세계 2위인 독일 폴크스바겐이 1937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자국 내 공장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올리버 블루메 폴크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일 노사협의회에서 “자동차 산업이 몹시 어렵고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고 외신이 전했다. 독일 내 10개 공장 중 완성차 공장과 부품 공장을 최소 1곳씩 폐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폴크스바겐의 87년 역사상 첫 본토 공장 폐쇄라서 자동차 명가를 자랑해 온 독일과 독일 국민에게 굴욕이나 다름없다.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카가 대세가 된 상황에 늑장 대응해 자초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폴크스바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미국과 달리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내연기관 차 공장을 계속 유지할 정도로 글로벌 경쟁업체에 비해 전기차 전환이 더뎠다. 기술력을 쌓지 못한 채 뒤늦게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으니 경쟁력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 그 틈에 BYD 등의 값싼 중국 전기차들이 시장을 잠식했다. 공장이 폐쇄돼 2만명이 일자리를 잃으면 독일 경제에는 치명적인 상황이 될 것이다.



글로벌 2위 폴크스바겐그룹과 3위 현대차그룹 순위가 맞바뀌는 시점이 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생산량이 줄어들면 폴크스바겐을 찾는 일부 수요를 우리 기업이 가져와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구경만 해선 안 될 것이다. 현대기아차가 빠른 전기차 전환을 이루긴 했더라도 국내 시장도 값싼 중국산 전기차 침투에서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 사고로 중국 전기차 판매가 일시 부진하지만, 가격 경쟁력이 워낙 뛰어나서 언제든 우리 시장을 잠식할 우려가 크다.

유럽의 친환경 이상주의 정책이 폴크스바겐의 굴욕을 불러왔다는 분석도 곱씹어 볼 대목이다.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전기차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유럽연합(EU)은 2035년부터 유럽 내 내연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2001∼2022년 전기차 전환을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섰으나 실기했다. 10년 넘게 국가 역량을 집중한 중국 전기차 업체와 경쟁이 제대로 되겠는가. 유럽은 전기차뿐 아니라 반도체, 배터리, 정보기술(IT) 등 미래 핵심 기술 분야에서 각종 규제가 글로벌 경쟁력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을 받는다.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지 않으면 그 전철을 밟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