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정과 인구 여건 등에 따라 연금액을 자동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 논의를 추진한다. 기대여명과 가입자 수 증감에 따라 연금액 인상률을 조정하겠다는 건데, 사실상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것이라는 반발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4일 제3차 국민연금심의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연금개혁 추진계획(개혁안)을 확정했다. 인구구조에 영향을 받는 국민연금 특성을 고려해 자동조정장치로 수급자 연금액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4개국이 자동조정장치를 운영하고 있다.
복지부는 물가상승률에 ①최근 3년 평균 가입자 수 증감률 ②기대여명 증감률을 반영해 연금 인상액을 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가입자가 줄거나 수급자가 많아질 경우, 연금 인상분이 물가상승분보다 낮아질 수 있다. 지금은 실질가치를 보장하기 위해 매년 물가상승률에 맞춰 연금액을 인상하고 있다.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기금소진을 32년 늦출 수 있다는 게 복지부 분석이다. 현행 보험료 9%, 소득대체율 40%는 2041년 연금수지가 적자를 기록하고, 2056년 기금이 소진된다. 이번 모수개혁안에 따라 보험료 13%, 소득대체율 42%로 상향하면 각각 2054년, 2072년으로 밀린다. 여기에 2036년 자동조정장치까지 도입하면 수지적자는 2064년, 기금소진은 2088년까지 늦출 수 있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자동조정장치는 소득대체율을 굉장히 삭감하는 것”이라며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나 국회 연금특별위원회에서도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지금도 연금액이 많지 않고 노인빈곤은 OECD의 3배 수준인데,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국민연금 제도가 노후 소득보장 역할을 못 하게 된다는 것이다. 남 교수는 “소득보장에 대한 신뢰를 잃으면 사람들이 가입을 꺼리고 결국 지속가능성까지 해치게 된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제도를 제안했을 뿐이며 구체적인 건 국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