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일 공개한 연금개혁안은 연금 보험료를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비 연금지급액(소득대체율)은 더 인하하지 않고 42%로 유지하되, 기금수익률을 1%p(포인트) 끌어올려 연금 고갈 시점을 2072년까지 기존보다 16년가량 늘리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이 과정에 세대별 보험료 인상률을 달리해 ‘돈만 내고 못 받을 것’이라는 젊은층 불안을 다독이고, 차후 ‘최근 3년 평균 가입자 수 증감률’, ‘기대여명 증감률’ 등을 반영한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통해 수급액을 조정해 장기 안정성을 담보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당장 중장년층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기금수익률을 높이려면 기금 운용 시 고위험 투자를 대폭 허용해야 하는데 안정성이 저해될 위험이 있다. 특히 대통령실이 앞서 장담한 ‘기금 고갈 시점 30년 연장’을 실행하려면 최소 12년 뒤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야 하는데, 논란이 예상된다.
◆보험료·수익률 올려 2072년까지 연장
정부는 이번 안에서 기존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늘리고, 명목 소득대체율은 올해 42%로 동결하기로 했다. 아울러 기금수익률을 5.5%로 1%포인트 올려 기금 고갈 시점을 2072년까지 늘릴 방침이다.
지난해 10월 5차 종합운영계획에도 이 시나리오가 제시됐지만 위험자산 비율을 높여야 하는 게 문제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기금 누적 장기 수익률은 5.92%인데, 성장이 잘 안 되고 금리도 높지 않아 보수적으로 4.5%로 잡은 것”이라며 “기금 투자에 있어 위험자산은 현행 58%에서 65% 정도로 높일 것”이라고 했다. 연금 고갈을 늦추고 소득대체율을 담보하기 위해서인데, 수익률이 떨어지면 오히려 수급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앞서 2차례 개혁(1998년, 2007년)에선 보험료율은 인상하지 못했고, 소득대체율을 인하 조정하는 데 그쳤다. 이번엔 보험료율을 4%나 올리고 ‘소득 대비 수급액 비율’을 더 이상 인하하지 않기로 했다. 그럼에도 올 초 국민 공론화 시 소득대체율 50%가 지지를 받았고, 21대 국회 막판에 44%까지 협의가 진행됐다는 점을 상기하면, 수급액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다고 보긴 어렵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전 개혁에서 2028년까지 40%로 인하하기로 했는데, 지금보다 더 내려가는 것을 멈춘 것”이라며 “이것도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50·20대 보험료 인상분 최대 8배 차
복지부는 구체적인 세대별 보험료 차등 방안에 대해 “50세를 기준으로 잔여 납입기간이 10년이니 인상 속도를 1%p로 하면 4년 동안 인상해 13%에 도달하고, 20년이 남은 40대는 0.5%p씩 인상해 8년 후에 13%에 도달한다”며 “30대는 30년이 남아 0.33%p씩 올려 12년 후에, 20대는 40년이 남아 0.25%p씩 인상해 13% 인상까진 16년이 걸린다”고 소개했다.
이 안은 젊은 세대를 다독일진 몰라도 당장 중장년 세대의 반발을 부를 전망이다. 보험료 인상분의 차이가 최대 8배이고, 복리 개념을 가정하면 전체 세대의 보험료가 13%에 도달하는 2040년엔 그 차이가 수천만원에 이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최근 3년간 연금 납부자의 평균 소득(300만원)을 기준으로 50대가 추가로 낼 보험료 1%p는 3만원으로 직장가입자면 절반인 월 1만5000원을 부담하고, 40대 직장인은 0.5%의 절반인 7500원, 30대 직장인은 0.33%의 절반인 5000원, 20대 직장인은 0.25%의 절반인 3750원을 부담하게 된다. 1년으로 보면 50대 직장인의 보험료 인상분은 18만원이고, 20대 직장인은 4만5000원이다. 하지만 50대 지역가입자라면 36만원이 늘게 돼, 체감하는 최대 보험료 인상분 차이는 20대와 8배가 된다.
은퇴 시기가 앞당겨진 사회 분위기에서 ‘기업이 50대 고용을 꺼리는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 교수는 “지금도 50대 초반이면 첫 직장에서 떨어져 나오는데 50대 인상률이 높으면 기업 입장에서 50대를 고용하려는 생각이 줄어들 것”이라며 “20대도 좋은 일자리에 있을 수 있고 50대는 오히려 직업이 없을 수 있다. 직장 안정성이나 소득수준별로 보험료를 차등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아울러 저소득·중산층 실질소득 강화를 위해 출산 및 군 복무 기간을 납부 시기로 간주하는 크레디트 제도를 확대하고, 보험료 지원 대상과 기간도 늘릴 방침이다. 의무가입연령도 현행 59세에서 64세로 상향을 검토하고, 기초연금의 경우 ‘저소득 노인’에 대해선 40만원으로 인상 후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대중소기업 노후보장 수준 차이를 줄이기 위해 퇴직연금 가입을 점차 의무화하고, 중도 해지 억지를 위해 퇴직연금 담보대출도 활성화한다. 고소득 직장인 위주인 개인연금 확산을 위해 세제 인센티브도 늘려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