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대란 우려가 가중되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국회의장, 여야 당대표가 잇따라 응급실 현장을 찾았다. 윤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의료대란 가능성에 대해 부인하며 “의료 현장을 한 번 가보시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고 말해 논란이 된 터다.
윤 대통령은 4일 오후 9시쯤 경기북부 권역응급의료센터 겸 외상센터인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을 찾아 1시간20분간 응급의료 체계를 점검하고 의료진을 격려했다. 윤 대통령이 2월 의료개혁 발표 이후 의료현장을 찾은 건 9번째다.
응급실을 둘러보고 의료진을 만난 윤 대통령은 “응급의료가 필수 의료 중에 가장 핵심인데 국가에서 제대로 관심을 가지고 도와드리지 못한 것 같아 참 안타깝다”며 “헌신하는 의료진에게 늘 죄송한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응급실 수요가 많아지는 명절 연휴가 다가오고 있는데 가용한 자원을 가장 우선적으로 투입해서 의사선생님들이 번 아웃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며 “필요할 경우 예비비를 편성해서라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업무강도가 높고 의료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필수의료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적절한 보상체계가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의정부성모병원은 수도권 내 의료취약지역인 경기 양주·동두천·포천과 강원 철원·연천의 중증 응급환자와 외상 환자를 포함해 연간 6만명을 진료한다.
윤 대통령이 이곳을 찾은건 지난달 말 국정브리핑에서 말한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지역, 필수 의료살리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발언의 이행 차원으로 분석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이날 당 의료대란대책특위와 함께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 의료 현장을 방문했다.
이 대표는 방문 후 기자들을 만나 “한숨 소리가 서로 많았다. 상황이 매우 안 좋다”며 “앞으로 개선될 가능성보다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단 걸 확인했다. 근본 대책을 신속하게 수립하지 않으면 의료현장이 심각한 붕괴 상황에 처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의대 증원의 규모 또는 기간을 어떻게 분산할지, 또 지역 공공 필수의료 인력을 어떻게 확보할지를 고려해 전면 재검토를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도 했다.
민주당은 이날 의료대란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비상협의체를 제안했다. 박찬대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의료계와 정부와 참여해 사회적 대타협을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의료개혁에 대한) 종합적, 근본적인 전면 재검토를 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지만 너무 많은 일이 꼬여 있고, 특히 용산의 태도가 너무 요지부동이라 대화 노력이 의미가 있을까 하는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야 간에 먼저 협의하는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아직 여야 간에도 의료 지원 등의 문제에 대해 서로 의견 일치를 못 본 걸로 알고 있다”며 “그래서 여야 대표가 지난번 회담했을 때도 의대 증원 유예 문제 등에 대해 서로 합의하지 못했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2일 서울 영등포구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응급실을, 우원식 국회의장은 전날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