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서 응급실 운영이 파행하는 가운데 정부가 4일 군의관 등 보강 인력을 긴급 배치했다.
군의관, 공중보건의사 등을 투입해 응급진료를 유지하겠다는 계획인데, 현장에서는 지난 2월부터 반복되는 이러한 처방의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정부는 "어려움이 일부 있지만 극복할 수 있다"고 하지만, 야간과 휴일 응급진료를 중단하거나 진료 제한을 검토하는 병원은 자꾸만 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지난 2월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업무공백이 벌어진 후 반복되고 있는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군의관과 공보의 등에 맡길 수 있는 업무가 제한돼 있어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의구심이다.
현장 경험이 부족한 군의관과 공보의를 바로 응급·중증환자 진료에 투입하기도 어렵고, 의료행위에 대한 책임 소재와 사고 시 법적 부담 등으로 인해 적극적인 진료를 기대하는 것도 힘들다는 얘기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만에 하나 의료사고가 나면 책임 소재가 누구에게 있는지부터 시작해 이들을 어떻게 현장에서 쓸 수 있을지 등 어려움이 크다"며 "물론 없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할 수 있는 역할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러한 의료계의 지적을 인식하고는 있으나, 현장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인력이 워낙 부족하므로 응급실에서 한 듀티(근무시간 단위) 당 2명 정도는 근무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듸려는 것"이라며 "주 근무자를 도와서 일을 분담하면 훨씬 현장의 압박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파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성의 부족 등이 있지만 조금이라도 해당 의료기관에 도움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군의관, 공보의 차출로 군·지역의료 공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정부는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공보의를 차출할 때는 지역의 의료공백을 최소화하는 관점에서 해당 지역 인근에 접근할 수 있는 의료인력이 있는지 등을 감안해 결정한다"며 "다양한 방법 등을 통해 지역의료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군의관 긴급 지원에도, 응급실 현장선 '파행' 이어져
정부가 응급실 인력지원 대책을 내놨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운영을 일부 중단했거나, 중단을 검토하는 병원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업무공백 후 누적된 응급실 의료진의 피로가 상당한 데다, 배후진료마저 원활하지 않은 탓이다.
배후진료는 응급실에서 처치한 환자를 병원 내에서 후속 진료하거나 수술하는 것을 말한다.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각 병원은 환자 불편을 고려해 당장 응급실을 '셧다운'하지는 않고, 진료를 축소하면서 조금 더 버텨본다는 분위기이다.
전날 기준 건국대충주병원, 강원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등 3개 의료기관이 야간과 주말 등에 응급실을 단축 운영 중이다.
이대목동병원도 응급의학과 전문의 부재로 매주 수요일 야간진료를 제한 운영한다.
이대목동병원은 수요일인 이날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30분까지 성인 응급실 운영을 중단하고, 소아 응급실만 자정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아주대병원은 오는 5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전 7시부터 다음날인 금요일 오전 7시까지 24시간 심폐소생술(CPR) 필요 환자 등 초(超)중증 환자만 받기로 했다.
응급실 운영을 아예 중단하지 않는 선에서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경남 양산 부산대어린이병원은 소아응급실에서 호흡기 진료를 무기한 중단한다. 일과시간 이후와 주말·공휴일에는 초음파와 영상 검사도 불가능하다.
최장 닷새간의 연휴가 예정된 추석에는 응급실 운영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연휴에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있더라도 배후진료를 할 수 있는 인력이 평소보다 훨씬 줄어들기 때문에, 응급실 문을 열고도 원활한 진료가 제공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당장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은 추석 연휴 기간 응급실 야간 운영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여의도성모병원 관계자는 "이미 지금도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 극히 일부 진료만 가능한데, 연휴가 되면 그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배후진료가 진행되지 않으면 (응급실) 문을 열어 놓고 환자를 못 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현재보다 진료를 더 축소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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