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들 ‘인권 감수성’ 이게 최선입니까 [현장메모]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인권위원회가 왜 필요합니까.”

 

지난 3일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장.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안 후보자가 자신의 질문에 입을 꾹 닫고 눈만 껌뻑거리자 이같이 외쳤다. 간단한 질문에 답도 못하는 안 후보자가 대통령의 반인권 행보에 직언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 취지에 200% 동의하나 윤 의원의 발언도 반인권적이라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윤 의원이 쓴 ‘꿀 먹은 벙어리’는 “속에 있는 생각을 겉으로 나타내지 못하는 사람을 두고 놀림조로 이르는 말”(고려대 한국어대사전)이기 때문이다. 장애를 부정적인 상황과 연관 짓는 부적절한 표현이다. 언어장애인은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는 비하·차별적인 인식이 담겨 있다. 

 

김병관 정치부 기자

해당 발언이 인권위원장 후보자의 자격을 검증하는 국회의원의 입에서 나왔다는 게 특히 문제적이다. 인권위원장은 공직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인권의식이 요구되는 자리다. 인사청문회에 참여하는 국회의원들의 인권의식이 낮다면 자격 심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한계를 드러낸 건 윤 의원만이 아니다. 국민의힘 강승규 의원은 여성혐오의 논리가 생산되는 남초 커뮤니티의 행태를 답습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 의원은 청문회장에서 광주남부경찰서가 제작한 딥페이크 범죄 예방 포스터에 삽입된 ‘집게손가락’ 그림을 두고 “남성혐오적인 모습”이라고 했다. 연령과 상관없이 여성 피해자가 전국적으로 ​발생한 최근의 딥페이크 성범죄와 관련된 사안에서 어떻게 ‘남성혐오’ 주장이 나올 수 있는지 의아하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혐오 발언으로 지적된 안 후보자의 과거 주장을 검증하지 않고 되레 “차별금지법에 반대해 비판을 받고 있는데 할 말이 있느냐”, “동성애에 대한 입장은 무엇이냐”며 마이크를 넘겨 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여야 의원들은 보다 비장한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 인권위가 소수자 권리 보장을 위한 최후의 보루라면, 국회는 부적격 인사를 가려내 인권위가 본연의 역할을 하게 하는 유일한 보루이기 때문이다. 인권위에 요구되는 잣대를 매 순간 자신에게 들이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