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청라 아파트 전기차 화재로 중고 전기차 시세가 빠르게 급락하고 있다.
특히 화재가 발생한 중국산 배터리 탑제 차량의 경우 신차가의 무려 절반정도까지 하락하는 등 전기차 포비아가 만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는 “과도한 우려와 잘못된 정보로 발생한 ‘전기차 공포증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일 K카, 첫차 등 중고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간 거래량이 많았던 전기차 10종(국산차 6종·수입차 4종)의 9월 중고차 시세를 8월과 비교·분석한 결과, 기아 쏘울 EV를 제외한 9개 모델의 시세가 하락했다.
특히 화재 사고로 안전성 논란에 휩싸인 벤츠 EQE 350+ 모델(2023년식 기준)의 중고 시세는 현재 5000만∼6000만원대로 형성됐다. 전달에 비해서는 3.4% 하락한 수치이며, 신차 출고 당시 가격과 비교하면 44% 급락한 것이다.
2021년식 벤츠 EQA 250 모델 시세는 신차 가격 대비로는 31% 하락했다.
중고 전기차 가운데 수요가 가장 많은 편인 테슬라 모델3의 시세도 2021년식 롱레인지 기준으로 전달 대비 6.0%, 신차 대비 40% 각각 내렸다.
충전의 불편함에 더해 자친 사고 발생시 걷잡을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전기차 등장이 얼마 되지 않아 내연기관차에 비해 기술 진전에 더 시간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근거 없는 공포심은 '정해진 미래'인 전동환 전환 과정에서 엉뚱한 규제 강화 등을 낳아 산업의 성장을 저해함으로써 국가적인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자동차 화재 건수는 약 4800건으로 하루 평균 13건 이상 발생했다. 이 중 전기차 화재 건수는 1만 대당 1.32건으로 내연기관차의 1.86건보다 30% 낮다.
소방청 통계는 충돌 사고·외부 요인·전장 부품 소손 등에 따른 화재를 모두 포함하고 있으며 승용 전기차에서 고전압 배터리만이 원인이 된 화재 사례는 극히 드물다.
발생 빈도뿐 아니라 "전기차 화재는 열폭주 때문에 진압이 어렵다"는 주장도 널리 퍼져 있다. 배터리에 불이 붙을 경우 진압 방법과 시간에 제한이 따르는 건 사실이지만 과장된 측면도 있다. 전기차 화재는 내연기관차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하며 대부분의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 열폭주를 동반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 화재의 일부를 차지하는 배터리 문제 역시 배터리관리시스템(BMS) 고도화를 통해 기술적으로 충분히 제어 가능하다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또 최신 전기차에는 열폭주 전이를 지연시키는 기술이 탑재돼 있어 조기 진압 시 화재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일부 지자체가 전기차 충전량 제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전문가들은 배터리 충전량 자체는 화재 발생과 인과관계가 없다고 지적한다. 다만 같은 화재라면 충전율이 높을 경우 화재의 강도나 시간에 영향을 줄 뿐이다. 배터리 제조사와 자동차 제조사들도 배터리 100% 충전 표시가 떠도 실제로는 이에 미치지 못하게 여유를 두는 설계를 하고 있다.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피해가 커진 것은 지하주차장의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하지 않았던 이유가 컸다. 당시 발화점이 전기차가 아닌 내연기관차였어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을 수 있다. 불이 옮겨붙어 불탄 차들이 다 전기차도 아니었다. 업계에서는 특히 전기차 화재에 특화된 하부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면 배터리 열폭주 가능성을 더욱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는 “화재 원인에 대한 정확한 규명을 바탕으로 한 과학적인 근거 없이 배터리에서 충전기 등으로 무차별하게 옮겨붙는 전기차 공포증은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할 수 있다”며 “내연기관차의 엔진도 알고 보면 기름과 공기를 압축해 높은 압력과 온도에서 '폭발'시켜 동력을 얻는 방식이어서, 보기에 따라 위험하다고 여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