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아이들은 아빠 없는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가해자 부친, 사건 기사 댓글마다 아들 옹호
지난달 영장실질심사에 출석 한 은평구 일본도 살인사건의 범인 백모씨. 뉴시스

 

두달 전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서 한 평범한 가정의 하나뿐인 아들이자 남편이었고 또한 두 아이의 아빠였던 40대 남성이 일면식도 없는 30대 남성에게 일본도로 무참히 살해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은 지난 7월 29일 오후 11시 30분경, 응암동의 한 아파트 정문 앞에서 발생했다.

 

피해자 김모씨(43)는 당시 길에서 흡연하고 있었고, 그때 범인인 백모씨(37)가 갑자기 일본도를 꺼내어 휘두르기 시작했다. 김씨는 범행 장소에서 도망쳐 경비실로 피신하려 했으나, 백씨는 이를 쫓아가며 공격을 계속했다. 결국 김씨는 심각한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안타깝게도 그 과정에서 숨지고 말았다.

 

백씨는 사건 직후 자택으로 도주했으나, 경찰의 신속한 대응으로 약 한 시간 후에 체포됐다. 그가 범행을 저지른 이유에 대해서는 매우 황당한 주장을 내놓았다. 그는 “나라를 팔아먹은 김건희와 중국 스파이를 처단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을 하며, 자신이 심신 미약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동안 백씨는 혼자서 소리 지르거나 욕설을 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였고,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조사 결과, 백씨는 회사에서 퇴사한 이후 정치 및 경제 관련 기사를 탐독하며 망상에 빠진 것으로 판단됐다. 그는 아파트 단지에서 마주친 피해자 김씨를 자신을 감시하는 중국 스파이로 착각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백씨의 부친은 이 사건 기사 댓글마다 자신의 아들을 옹호하고 다니던 댓글러로 확인됐다. 그는 “범행동기가 국가 안위라면 상생 차원에서 역지사지해 보자. 범행동기가 사익이 아닌 공익이라면 국가는 양자에게 그에 상응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라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숨진 김씨의 첫째 아들이 김씨의 핸드폰에 붙여준 스티커와 네잎클로버. 유족 제

 

유가족들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지난 3일 김씨의 아내는 온라인을 통해 “이제 아이들의 아빠 없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며 “아빠의 죽음이 억울하지 않도록 엄벌이 내려지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아내는 매일 울부짖으며 힘들어하고 있고, 김씨의 부모님은 그 모습을 보며 애통해하고 있다. 어린 자녀들은 엄마의 힘든 모습을 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유가족들은 “부모님들은 하나뿐인 아들을 먼저 보내고 매일매일 지옥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유가족들은 범인의 신상 정보 비공개 결정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며 ‘유족 보호’라는 이유로 더는 피해를 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그들은 신상 정보 공개를 위한 국민청원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주길 희망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살인 및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백씨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