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전기 대비)를 기록, 5개 분기 연속 이어진 ‘플러스 성장’이 깨졌다. 1분기 1.3%를 기록한 ‘깜짝’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와 내부 부진의 영향이 크지만, 에너지류를 중심으로 수입이 크게 늘면서 1분기 성장을 이끌었던 순수출(수출-수입)마저 성장률을 깎아내렸다. 교역조건이 나빠지면서 전체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모든 소득을 합한 실질 국민총소득(GNI)도 전기 대비 1.4%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24년 2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2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 0.2% 감소했다. 지난 7월 발표된 속보치와 동일하다.
분기 기준 역성장은 2022년 4분기(-0.5%) 이후 1년6개월 만이다.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연속 이어진 플러스 성장이 멈춰섰지만, 한은은 지난달 발표한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2.4%)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 제기된 하반기 경기침체 우려에 대해선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률이 나왔다고 하반기 경기침체나 내수 부진이 심화하는 것이 아니고, 하반기부터 내수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최근 소매판매는 부진했지만, 소비자심리지수가 (기준치) 100을 웃돌고, 민간소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서비스소비지수도 두 달 연속 플러스를 나타냈다”고 일축했다.
2분기 성장률을 지출항목별로 보면 수출이 자동차·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전기 대비 1.2% 늘었지만, 원유·천연가스·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수입 증가율은 1.6%에 달해 수출을 크게 웃돌았다.
민간소비는 승용차·의류 등 재화소비 부진으로 0.2% 감소했고, 설비투자도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 중심으로 1.2% 축소됐다. 1분기 성장을 주도한 건설투자도 1.7% 뒷걸음치며 속보치보다 0.7%포인트나 떨어졌다. 정부소비도 속보치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2분기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를 보면 건설투자(-0.3%포인트)·설비투자(-0.1%포인트)·민간 소비(-0.1%포인트)가 모두 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분기 기여도가 0.8%포인트에 이르던 순수출도 수출보다 수입이 크게 늘면서 -0.1%포인트를 기록해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정부소비(0.1%포인트)만 유일하게 플러스였다.
2분기 실질 GNI는 전기 대비 1.4% 낮아져 지난해 2분기(-0.9%) 이후 4개 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021년 3분기(-1.6%) 이후 11개 분기 만에 가장 큰폭으로 하락했다. 교역조건 악화로 실질무역손실이 1분기 11조3000억원에서 2분기 16조6000억원으로 늘고 같은 기간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은 5조9000억원에서 4조4000억원으로 줄면서 성장률이 실질 GDP(-0.2%)를 밑돌았다.
강 부장은 “실질 GNI는 재화서비스 수출을 통해서도 나오므로 교역조건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가격 상승이 반도체 수출가격보다 오르면서 교역조건이 악화돼 무역손실이 지난 분기보다 확대됐고, 외국인 배당이 늘어나는 계절적 영향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 조사국 조사총괄팀 이종웅 차장과 김윤재 조사역은 이날 블로그에 게시한 ‘경제 지표의 그늘, 체감되지 않는 숫자’라는 제목의 글에서 경기회복을 체감하기 어려운 이유로 ‘수출과 내수 간 불균형’을 꼽았다.
이들은 체감경기 부진의 구조적 요인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후 반도체, 정보기술(IT) 기기 등 자본집약적 산업 중심으로 수출업종이 재편되면서 수출이 고용 및 가계소득에 미치는 영향이 약화했다”고 설명했다.
경기적 요인으로는 고물가·고금리 기조가 가계의 실질소득 증가를 제약해 체감경기 저하를 부른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