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대전 서구 월평동 하나로마트. 채소 코너에서 배추를 살펴보던 김희자(66)씨는 배추를 들었다 놓았다 하며 연신 한숨을 쉬었다. 김씨는 카트에 배추 4포기를 넣었지만 1포기를 도로 진열대에 놨다. 김씨는 “추석 때 먹을 김치를 담그려고 했는데 한 포기당 1만5000원이 말이 되느냐”며 “물김치까지 담글 생각으로 왔는데 가족이 먹을 만큼만 겨우 될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옆 진열대에서 개중 큰 무를 고르던 한봉연(70)씨는 “개당 3300원인 무를 오늘만 2980원에 판다고 해서 부랴부랴 왔다”며 “소고기뭇국과 깍두기용으로 사려고 하는데, 와보니 어제 판매되고 남은 무는 할인폭이 좀 더 있어서 지갑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이날 배추 한 포기당 6480원에 판매한 이마트 둔산점에선 들여놓은 30포기가 1시간 만에 동났다. 채소담당 직원은 “추석을 앞두고 김치를 담그려는 분들이 싹쓸이해갔다”며 “배추는 요즘 오픈런해야 겨우 살 수 있다. 오늘 배추를 사간 분들은 모두 오픈런한 분들”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대전의 대표 전통시장인 중앙시장은 추석을 열흘 앞뒀지만 의외로 한산했다. 확 뛴 물가에 채소와 과일 코너를 지나는 손님들은 가격을 보고 주춤하는 모습이었다. 중앙시장에서 파는 무는 개당 3000∼4000원이다. 대형마트와 가격이 별반 차이가 없다. 신고배는 개당 7000원, 햇배는 5000원이었다. 머루포도 3㎏는 1만7000원이었다. 배추는 포기당 8000원 정도였다.
개당 7000원인 신고배 가격을 본 시민은 결국 빈 장바구니로 자리를 떴다. 사과와 배를 고르고 있던 한 손님은 “다음주면 물가는 더 오를 텐데 너무 비싼 가격에 헉 소리만 날 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볼멘소리를 내는 건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채소를 파는 한 상인(55)은 “중앙시장에서 20여년 장사했는데 채소값이 올해만큼 오른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며 “깎아달라고 하는데 높은 도매값에 들여와 깎아줄 수도 없다. 명절을 앞두고 걱정이 드는 건 처음”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연이은 장마와 폭염 탓에 배추와 무, 시금치 등 채소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표상 물가 상승률이 3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으나 실제 소매가격 체감도는 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날 기준 시금치 가격은 100g당 소매가가 4110원으로 전년보다 50% 넘게 급등했다. 무 소매가격은 1개에 3718원으로 지난해보다 38.7%, 평년과 비교해 42.1% 비싸다. 배추소매가격의 경우 한 포기에 6455원으로 집계됐으나 실제 마트 등에선 2배 넘는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추석 앞두고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자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추석 연휴 시민들 장바구니 부담을 덜기 위해 9∼15일 전국 전통시장에서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를 연다. 전통시장에서 국산 농·축·수산물을 산 소비자에게 구매 금액의 최대 30%를 1인당 농축산물 2만원, 수산물 2만원 한도에서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