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가득하다. 그 아래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성당과 집들의 고요함이 인상 깊다. 파리에서 북서쪽으로 12㎞쯤 향하다 보면 만나게 되는 작은 도시 아르장퇴유의 가을 풍경이다. 사람들이 번잡한 도시를 피해 평온한 휴식을 얻기 위해 찾는 곳인데, 클로드 모네가 여기서 5년 동안 머물던 시절에 그린 그림이다.
이 도시를 끼고 흘러서 파리로까지 이어지는 센강 덕분인지 풍경의 운치가 더욱 돋보인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물결을 가운데 두고 양쪽에 자리 잡은 붉게 물든 나무숲들의 정경은 어떤가. 물 위에 비친 찬란한 햇빛과 파란 하늘과 붉은 단풍 그림자들이 한데 어울려 한껏 깊어진 가을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풍경의 화가로도 불리는 인상주의 화가 모네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그림 안에 담아서 그만의 가을 세계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
인상주의는 도시의 문명화된 도구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던 19세기 말, 자연에서 마주하는 또 다른 세계에 가까이 가려 했다. 당시 유행했던 사실주의는 가식에서 벗어난 냉정한 눈으로 현실사회를 충실히 묘사하려 했다. 이와 달리, 인상주의는 빛의 변화와 색의 변화라는 자연의 감성적 진실을 채운 따뜻한 화폭을 이루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