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군에서 육상 양식업을 하는 이임천(63)씨는 요즘 한숨이 많이 늘었다. ‘대목’인 추석 연휴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내다 팔 고기가 없어서다. 득량만과 여자만 해역 20여개 수조에서 강도다리와 광어 등을 키우는 이씨는 지난 7월 말부터 고수온이 본격화하면서 3분의 2가량을 잃었다. 그는 “떨어져야 할 바다 수온이 오히려 지난달보다 3~4도 가까이 오르면서 그나마 남아있는 물고기마저 폐사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을 동반했던 기후변화가 추석 차례상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상 고온으로 바닷물이 뜨거워져 어획량이 줄어든 탓에 참조기와 굴비 등 차례상에 올라가는 수산물 가격이 1년 전보다 30%가량 급등했다. 양식장에선 폐사 사태가 이어져 폭등을 부추긴다. 농산물도 피해가 크다. 서늘한 날씨에 잘 자라는 배추는 올여름 폭염 피해로 갈아엎은 밭이 허다하다.
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참조기(냉동) 1마리 소매가는 지난 4일 기준 1754원으로 1년 전보다 30.1% 높다. 조기를 소금에 절여 해풍에 말린 굴비 1마리는 2763원으로 지난해 동기와 평년 가격(최대·최소를 뺀 지난 3년 평균치)보다 37.1% 높게 팔리는 중이다. 기후변화로 어군 형성 장소나 시기가 바뀌는 바람에 어민들은 조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조기 어획량은 2020년 4만1000t에서 2021년 3만1600t, 2022년 1만6400t, 지난해 1만5100t 등 감소 추세다.
추석 선물로 인기인 김도 연초 장당 100원을 밑돌던 소매가가 전날 135원으로 올랐다. 작년 동기보다 38.0%, 평년보다 49.1% 각각 올랐다. 김 양식의 시작 단계인 채묘(김의 씨를 그물에 붙이는 작업) 시기가 고수온으로 늦어지면서 생산 차질이 빚어진 여파다.
올해 여름 배추는 장마 후 폭염에 따른 무름병 발생으로 출하량이 감소해 1포기에 7000원(소매 기준)을 넘기는 등 급등했다.
실제로 올여름 한반도는 역대 가장 더웠다. 평균기온과 열대야 일수 모두 기상 관측 이래 최고치였다. 기상청이 이날 발표한 ‘2024년 여름철 기후특성’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6∼8월 평균기온은 25.6도로 1973년 기상 관측 시작 후 가장 높았다. 열대야 일수 20.2일로 역대 가장 길었다. 해수면 온도는 23.9도로 최근 10년 중 가장 높았고, 10년 평균보다 1.1도 높았다. 뜨거워진 바다는 찜통더위를 초래한 요인 중 하나였다.
정부는 기후변화에 따른 농·수산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 마련을 추진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로 했고, 해양수산부는 어족 변화 등에 따른 수산업 종합대책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