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지바현 지사 “국적, 민족 다름 넘어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

일본 지바현 지사가 1923년 발생한 간토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 희생자 추도 행사에 취임 이후 처음으로 추도 메시지를 담은 조전을 보냈다고 교도통신이 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구마가이 도시히토(熊谷俊人) 지바현 지사는 지난 1일 시민단체가 지바현 후나바시시에서 개최한 조선인 추도식에 조전을 송부했다. 그는 조전에서 “간토대지진에서 희생된 모든 분에 대해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정례 기자회견에서 조전을 보낸 사실을 공개하며 “국적과 민족의 다름을 넘어 희생자를 추도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조선인 학살이 없었다는 일각의 주장과 관련해서는 지역 역사서에 96명 이상이 희생됐다고 기록된 점을 언급하고 “그것이 우리에게는 하나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간토대지진 당시 거리 모습을 담은 엽서. 독립기념관 제공

오노 모토히로(大野元裕) 사이타마현 지사도 전날 조선인 추도식에 처음으로 추도 메시지를 보냈다. 오노 지사는 “간토대지진이 발생한 지 101년을 맞아 진재(震災·지진에 의한 재해)에서 희생된 모든 분의 영혼에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했다.

 

두 지사 모두 조선인 학살 피해를 직접 명시하지 않은 것은 한계라는 지적이 있지만 일본이 점차 우경화되면서 조선인 학살 자체를 부정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올해까지 8년째 추도문을 보내지 않은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 지사와 대조적이다. 

 

간토대지진은 일본 수도권이 있는 간토 지방에서 1923년 9월 1일 발생했다. 지진으로 10만여 명이 사망하고 200만여 명이 집을 잃었다. 당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방화를 한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확산되면서 조선인 약 6000명이 학살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