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작가’ 이상 습작노트 찾았다

일어로 쓴 23편 담긴 유고 원본
한국문학관서 28일부터 전시

시대를 앞서간 ‘천재 시인’ 이상(李箱·1910∼1937)의 유고 노트 원본이 공개됐다.

국립한국문학관은 5일 이상이 일본어로 남긴 유고 노트를 원본으로 확정했다며 노트 일부(사진)를 선보였다.



총 70쪽 분량 노트에는 ‘공포의 기록’, ‘1931년’, ‘불행한 계승’ 등 이상이 깨알같이 쓴 습작 23편이 담겼다.

한국문학관은 전문가 검증을 거쳐 유고 속 자필 서명과 이상의 소장품이던 ‘전원수첩’ 속 일본어 필체를 비교해 이 노트를 원본으로 결론지었다. 검증에 참여한 김주현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이상의 일본어 필체가 남아 있는 자료가 많지 않다”며 “이번 유고에는 이상의 자필서명이 남아 있는데 그 필체가 ‘전원수첩’에 실린 것과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이상은 프랑스 소설가 쥘 르나르의 ‘전원수첩’ 속표지에 자화상과 일본어 낙서, 자필 서명 등을 남겼다.

또 정인택(1909∼1953) 작가가 소설 ‘미로’에서 이상의 말로 인용한 ‘꿈은 나를 체포하라 한다, 현실은 나를 추방하라 한다’는 문장이 노트에 남아있는 점, 습작 ‘불행한 계승’에 상(箱)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는 점, 습작 원고와 기존 발표 작품의 상관성이 뚜렷하다는 점 등도 원본 판단의 근거가 됐다고 한국문학관은 설명했다.

이 노트는 문예지 ‘현대문학’을 창간한 조연현(1920∼1981) 평론가의 유족이 기증했다. 조 평론가는 1960년에 유고 노트 뭉치를 전달받았다고 밝혔으며 ‘현대문학’과 ‘문학사상’ 등에 번역본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일본어 원문을 공개하지 않아 많은 연구자가 실물원본을 찾아왔다.

문정희 국립한국문학관장은 “위대한 작가의 원고 실물은 독자와 연구자 모두에게 문학적 상상력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유고 원본은 28일부터 열리는 국립한국문학관 소장 희귀자료 전시 ‘한국 문학의 맥박’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