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세 회피를 위해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팔게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1부(한창훈 김우진 마용주 부장판사)는 6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허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사장과 황재복 SPC대표이사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허 회장 등은 2012년 12월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취득가(2008년 3038원)나 직전 연도 평가액(1180원)보다 훨씬 낮은 255원에 삼립에 팔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밀다원 주식의 적정 가액을 1595원으로 판단했던 검찰은 허 회장이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를 피하려 제도 시행 직전에 주식을 저가에 팔았다고 봤다.
국세청은 지배주주와 특수 관계에 있는 법인으로부터 일정 수준 이상의 일감을 받아 발생한 ‘이익’을 증여로 보고 증여세를 매긴다. 편법적 지배구조에 따라 얻을 이익을 증여로 간주해 그에 대한 세금을 부과한다는 얘기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의3은 대기업 계열사가 내부거래로 얻은 매출액 비중이 전체의 30%를 넘으면 그 법인 지배주주나 친족이 증여받은 것으로 간주해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한다.
검찰은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매해 샤니와 파리크라상이 각각 58억1000만원과 121억6000만원의 손해를 입었지만, 삼립은 179억7000만원의 이익을 본 것으로 파악했다.
1심 재판부는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는 세금 부과일뿐 증여세를 피하려 편법적 지배구조를 자발적으로 해소하는 과정에서 주식 양도가액을 어떻게 산정할지와 무관하다고 했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SPC그룹 특성상 일감 몰아주기를 일삼는 기업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었던 점으로 볼 때,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면서다.
항소심 재판부도 “주식가액의 평가 방법이 위법하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허 회장의 변호인은 선고 직후 입장을 내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허 회장은 이 사건과 별개로 파리바게뜨 제빵 기사들에게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한 혐의로도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