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보고도 가버렸다…늘어나도 탈 수 없는 저상버스

전동 휠체어를 이용하는 중증 지체장애인 A씨는 경기 오산시 한 아파트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A씨가 타려던 버스는 정류장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멈췄다. 정류장 주변에 택시 한 대가 정차 중이었기 때문이다. 휠체어 리프트를 작동할 수 있도록 도로 경계석으로부터 50㎝ 이내로 정차하도록 규정한 매뉴얼과 현실은 달랐다.

 

설상가상으로 버스 기사는 정류장 인근 전봇대에 가려진 A씨를 보지 못했다. 출발한 버스가 신호 대기로 정차한 틈을 타, A씨는 버스에 다가가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버스 기사는 A씨의 탑승 의사를 확인했음에도 리프트를 작동하기 어렵겠다고 생각하고 다시 A씨를 두고 떠났다. A씨는 “장애인의 대중교통 이용을 거부한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사진=뉴시스

7일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는 오산시장에게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관내 여객자동차 운송사업자 및 저상버스 운전기사를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실시하도록 감독하라고 지난해 8월 권고했다. 오산시는 해당 버스가 소속된 회사의 저상버스 리프트 작동 여부를 전수 점검하는 한편, 운수종사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진했다고 최근 인권위에 회신했다.

 

장애인과 노약자 등 교통약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를 규정한 교통약자법이 2005년 제정되고 20년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저상버스 이용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저상버스 도입률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전체 시내버스 중 저상버스가 차지하는 비율인 저상버스 도입률은 2022년 기준 34.0% 수준이다. 버스 10대 중 3대는 저상버스인 셈이다. 지방자치단체별로는 서울(63.7%), 대구(41.1%), 강원(38.4%)의 도입률이 가장 높았다. 반면 울산(11.9%), 충남(13.1%), 인천(16.0%)의 도입률은 저조했다.

 

그럼에도 상당수 장애인은 저상버스를 이용하기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A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정류장 주변 환경이 열악해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있어서다. 정류소의 연석 높이가 제각각이라 리프트를 내리기 쉽지 않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장애인 탑승 위치가 정

 

어떤 버스가 어느 위치에 정차할지도 미리 알 수 없고 장애인 탑승 위치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어서 버스를 놓치기도 쉽다.

 

실제로 국토부가 2022년 공개한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에서 버스 정류장의 기준적합 설치율(교통약자법상 세부 기준에 적합하게 설치된 정도)은 45.4%에 불과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은 “저상버스 도입 취지에 따라서 운영될 수 있게 정류소와 같은 환경 정비가 필요하다”며 “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교통약자가 이용하기 편리한 무장애 정류소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