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전,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서 한인택 군이 살해당했지만 현재까지 범인은 잡히지 않고 있다.
사건 당일, 한군은 고등학교 1학년으로 학원을 마친 후 친구들과 늦게까지 시간을 보냈다. 밤 11시 50분경, 그는 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마친 뒤 버스를 기다렸다. 집이 경기도에 있었던 그는 강변역까지 가기 위해 마을버스를 타고 가야 했으나, 버스 배차 간격이 길어지자 친구와 헤어진 후 강변역까지 걸어갔다.
한군이 길을 걷던 중, 주유소 직원 윤모씨는 그가 두 명의 남성에게 쫓기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후 잠시 후, 한군이 주유소 반대편으로 돌아가는 모습도 윤씨에 의해 확인됐다. 그로부터 얼마 후인 자정을 전후로 한군은 112로 신고 전화를 걸었지만, 신음 소리가 섞인 불명확한 발음으로 인해 경찰은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결국 새벽 1시경, 한군은 대학생 남자 두 명에 의해 쓰러져 있는 상태로 발견됐고, 경찰이 재출동하여 그의 사망을 확인했다.
한군은 교복을 입고 가방을 메고 엎드린 채, 손에는 휴대폰을 쥐고 있었다. 그의 마지막 발신 내역은 112로, 사망 직전 고통을 호소하며 신고했던 사람이 바로 그 자신이었다. 사망 원인은 복부에 깊은 흉기에 찔린 것이었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에 대해 “반드시 죽이겠다는 의지가 있었으나 살인에는 미숙한 사람”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사건 발생 5일 후, 경찰은 한군과 같은 학교에 다니던 동급생 김군과 정군을 유력 용의자로 긴급 체포했다. 결정적인 단서는 한군이 죽어가며 남긴 112 신고 음성에 김군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경찰의 판단이었다. 또한, 사건 발생 전 한군과 김군, 정군 간에 갈등이 있었다는 증언도 확보됐다. 당시 학교폭력이 범행 동기로 지목되며 사건은 급속도로 진행됐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이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됐다. 김군은 재판이 시작된 지 1년 만에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석방된 것이다. 현장에서 발견된 흉기 관련 김군에 대한 어떠한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고, 경찰의 강압 수사로 인한 허위 자백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2020년 SBS 다큐멘터리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재조명됐다. 한군의 아버지는 당시 뇌종양을 앓고 있었고, 사건 이후 병이 악화하여 결국 세상을 떠났다. 그의 모친은 인터뷰를 통해 “그날 그 장소에서 한 아이의 생명을 앗아간 사람은 반드시 자기 머릿속에 자기 눈에 남아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저는 범인을 끝까지 찾고 있다”고 절실한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