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유급 출산휴가를 10주에서 14주로 4주 연장한 결과, 산후 우울증을 겪는 산모의 수가 22%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4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대 의학부는 최근 공동 연구를 진행한 결과 “정책의 변화가 산모의 정신 건강과 관련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홍콩대학교 의학부와 싱가포르 Duke-NUS 의과대학, 캐나다 British Columbia 대학이 공동으로 진행한 것으로, 최근 의료 저널 ‘헬스 어페어’에 실렸다.
2020년 12월, 홍콩 정부는 유엔 산하 기관인 국제노동기구(ILO)가 정한 최소 권장 기준에 맞추기 위해 유급 출산휴가를 10주에서 14주로 늘렸다. 연구진은 정책 시행 전 출산한 254명의 산모와 정책 시행 후 출산한 1160명의 산모를 인터뷰하여, 이들의 정신 건강 상태를 비교 분석했고 연구에 참여한 산모들의 평균 나이는 32세였다.
산후 우울증은 출산 후 나타나는 기분 장애로, 이 상태가 지속되면 산모가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아이의 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진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산후 우울증 선별 도구인 에든 버러 산후 우울증 척도(EPDS)를 이용하여 산모들의 증상을 평가했다. 산모들은 10개 질문에 대해 0에서 3점까지 점수를 매겼으며, 점수가 높을수록 우울증 증상이 더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연구 결과, 정책 시행 전에는 조사에 참여한 산모의 40.2%가 10점 이상의 점수를 받았으나, 정책 시행 후에는 이 비율이 31.5%로 감소했다. 이는 정책이 시행됨에 따라 산후 우울증 증상을 겪는 산모가 22% 줄어들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러한 긍정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산모들의 정신 건강 상태가 여전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연구에 참여한 산모 중 약 3분의 1이 산후 우울증 증상을 보였으며, 이는 의료진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한, 홍콩에서 산후 우울증 증상을 보이는 산모의 비율이 16%에서 30%에 달한다는 다른 자료도 제시됐다. 연구진은 중국의 산후 우울증 비율이 14%인 반면, 싱가포르의 비율은 불과 3%에 불과하다고 언급하며, 세계 평균은 약 18%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모 1000명당 출산 후 1년 이내에 우울증을 진단받은 산후우울증 환자는 2018년 20.6명에서 2022년 31.9명으로 증가하여 54.9%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