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결혼이라고 생각했는데...”
2년간의 연애 끝에 20대 베트남 출신 여성을 아내로 맞이한 남성 A씨(40대)의 한탄이다.
8일 세계일보와 만난 A씨 주장에 따르면 그는 한 번의 아픔을 딛고 베트남 여성 B씨와 재혼했다. 지인의 소개로 만난 이들은 이혼의 아픔을 겪었던 터라 결혼 전부터 애틋한 마음이 컸다. A씨는 “서로 멀리 떨어져 지냈지만 마음만은 늘 함께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이들의 국제 연애는 2년간 계속됐다. B씨는 한국에 오기 전 “두 명의 자녀를 낳아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말하는 등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꿨다. 이에 A씨는 물심양면으로 B씨를 도왔다. 그가 한국어 시험을 볼 수 있게 뒷바라지는 물론 생활비까지 주며 B씨의 한국행을 지원했다.
A씨의 이런 노력은 결실을 봤다. B씨는 한국어 시험에 합격해 지난 5월 A씨가 있는 한국 땅을 밟았다. 이들은 2년간의 장거리 연애를 했던 터라 지체 없이 혼인신고를 마치고 부부가 됐다. A씨는 한국에서도 B씨 챙기기에 바빴다. 그는 일을 쉬어가며 아내가 한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일상에 필요한 일들을 하나하나 챙겼다.
그는 아내를 위해 배려를 아끼지 않았지만, B씨는 결혼 후 단 2주 만에 집을 나갔다. B씨는 편지에 “집에 있으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을 거 같다”면서 “가능하다면 2주간 나가겠다. 연락하겠다. 걱정하지 말라. 돌아오겠다”고 했다. 하지만 2주가 지나도록 귀가하지 않았고 비자가 만료돼 불법체류자 신분이 됐다.
A씨는 B씨가 걱정돼 백방으로 그를 찾아다녔다. 그러던 중 아내의 소식을 들었는데, 한 제보자로부터 “아내가 노래방에서 도우미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이 말을 듣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고 털어놨다. 성실한 모습에 열심히 노력해 한국에 왔던 터라 설마 하는 마음이 컸다”고 A씨는 밝혔다.
하지만 불행한 소식은 사실로 확인됐다. A씨는 경찰과 함께 제보자가 알려준 곳으로 B씨를 찾으러 갔다. 그곳엔 짙은 화장에 짧은 치마를 입고 있는 아내가 있었다. 이 모습을 본 A씨는 자리에 얼어붙었지만 B씨는 당당하게 행동했고 되레 화까지 냈다. 그러면서 “(베트남) 집에 빚이 있고 그 빚을 갚아야 해서 베트남으로 못 돌아간다"고 강하게 저항했다.
A씨는 “사실이 아니길 믿고 싶었다. 사과조차 없는 그의 모습에 분노를 느낀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B씨는 A씨와 동행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B씨는 현재 출입국 관리소로 보내졌으며 조만간 강제 출국당한다.
B씨는 그렇게 한국을 떠나지만 A씨에겐 피해가 남는다. B씨가 베트남에 있었을 때부터 보낸 생활비와 용돈, 한국에 입국 후 사용한 돈 등이 있다. 가장 큰 짐은 A씨 호적에 B씨가 올랐다는 점이다. A씨는 현재 B씨를 상대로 혼인무효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편 베트남 매체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베트남 등 외국 여성과 결혼한 한국 남성들이 원치 않게 ‘이혼남’이 되고 있다. 피해자들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지만 외국 여성들은 결혼이 아닌 다른 목적이 있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가장 큰 이유는 한국에서 일하면 베트남 등에서 일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처음부터 국적 취득을 노린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지난 5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3년 국제결혼 중개업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결혼 이민자 출신국은 베트남이 80% 가장 많았다. 다음은 △캄보디아(11.9%) △우즈베키스탄(3.1%) △태국(2.9%)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90.7%는 결혼생활을 지속하고 있었으나 5.4%는 이혼, 2.9%는 가출, 0.9%는 별거하며 이혼 절차를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이혼한 부부의 76.8%는 결혼 1년 안에 혼인을 중단했다.
한국법에 따르면 결혼 이주 여성은 한국 남성과 2년간 결혼 생활을 유지하면 한국 국적 취득을 신청할 수 있는데, 앞선 사례에서처럼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고 이혼 또는 별거 후 집을 나가 불법체류 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