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는 오랜 기간 ‘외국인 타자 잔혹사’에 시달려왔던 팀이다. 2008년 중반 대체 외국인 선수로 LG 유니폼을 입은 뒤 이듬해인 2009년 타율 0.332 26홈런 100타점을 기록했던 로베르토 페타지니에 대한 향수가 오래 남아있던 LG팬들의 갈증은 지난해 말끔히 씻겨 내려갔다. 그 주인공은 오스틴 딘(31). 지난해 KBO리그에 입성한 오스틴은 정규리그에서 타율 0.313(520타수 163안타) 23홈런 95타점으로 맹활약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타율 0.350(20타수 7안타) 1홈런 5타점으로 중심타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LG의 29년 만의 통합 우승에도 큰 힘을 보탰다.
KBO리그 2년차인 올 시즌, 오스틴의 활약은 지난해를 훨씬 뛰어넘는 모습이다. 7일 기준 타율 타율 0.319(479타수 153안타) 31홈런 121타점을 기록 중이다. 여기에 LG 구단 역사에도 자신의 이름을 새길 만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오스틴은 지난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홈 경기에서 4타수 2안타 3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이날 경기 전까지 118타점을 기록 중이던 오스틴은 이날 타점 3개를 추가해 시즌 타점을 121타점으로 늘렸다. 이는 LG 선수의 한 시즌 최다 타점 신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2018시즌의 채은성, 2019시즌의 김현수가 기록한 119타점이었다.
오스틴은 8월 24경기에 타율 0.367(98타수 36안타) 9홈런 3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160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8월에 기록한 홈런과 타점, OPS는 KBO리그 통틀어 전체 1위였다.
9월 들어서도 타격감은 좋았지만, 타점 생산은 지난 3일 KIA전(1타점) 이후 3경기 연속 0에 그쳤던 오스틴은 7일 3타점을 추가하며 팀의 역사를 새로 썼다. 경기 뒤 오스틴은 “기록도 중요하지만 팀이 경기에서 이겼다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면서 “기록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한동안 타점이 나오지 않으면서 ‘언제 기록을 깰거냐’는 말을 들어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스틴은 7일 기준 121타점으로 타점 부문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 부문 2위인 맷 데이비슨(NC·109타점)과의 격차는 크게 벌어져있어 타점왕 수성은 안정적인 상황이다. KBO리그 외국인 선수의 한 시즌 개인 최다 타점은 2015년의 에릭 테임즈가 기록한 140타점이다. 과연 오스틴이 LG를 넘어 KBO리그에도 타점 관련된 새 역사를 써내려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