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대결?… 상대 배우 잘 만나 편안하게 했다”

‘유어 아너’의 손현주·김명민

아들 살인 은폐하는 판사역 손현주
자식 위해 괴물 되어가는 부성애 절절
김, 딱딱한 줄 알았는데 부드러운 사람
세밀한 부분까지 얘기할 수 있어 좋아

범인 찾는 무자비한 권력자 김명민
비슷한 또래 아들 있어 몰입 더 잘돼
형님과 꼭 한번 연기해 보고 싶었다
참는 연기가 힘들다는 걸 새삼 깨달아

“남자 배우와 만나면 편안해집니다. 연기 대결을 펼친다고 하는데, 아닙니다. 같이 가는 것이죠. 촬영을 시작하면 (김명민이) 두렵고 무섭다는 걸 끌어올리지만, 드라마 밖에선 그렇게 좋을 수 없어요. 김명민씨를 참 잘 만났어요. 세밀한 부분까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많았죠. 되게 딱딱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굉장히 부드럽고 여린 사람이었습니다.”(손현주)

 

“손현주 형님과 한번은 꼭 (작품을) 해보고 싶었어요. 이 기회를 놓치면 평생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아서 하게 됐죠. 내가 송판호(손현주)를 찍어 눌러 내야 하는 역할이라 누가 되면(피해를 주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힘없는 사람을 외형적인 모습으로 내려 눌러야 하는 위압감을 표현해야 하는데 굉장한 대배우를 내가 어떻게 표현한다고 될까 싶었죠.”(김명민)

지니TV 오리지널 시리즈 ‘유어 아너’에서 판사 송판호와 우원그룹 회장 김강헌으로 출연해 연기 대결을 펼친 손현주(왼쪽)와 김명민. 스튜디오지니 제공

남성미 물씬 풍기는 배우 손현주와 김명민이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진행된 드라마 ‘유어 아너’ 종영 인터뷰에서 상대 배우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유어 아너’는 아들의 살인을 은폐하는 판사 송판호(손현주)와 아들의 살인범을 쫓는 무자비한 권력자 김강헌(김명민)이 서로의 자식을 위해 괴물이 되는 이야기다. 이스라엘 드라마가 원작이며, 미국에서도 리메이크했다. ‘소년시대’(2023) 김재환 작가가 집필하고, ‘낮에 뜨는 달’(2023) 표민수 PD가 크리에이터와 연출을 맡았다. ‘종이달’(2023) 유종선 PD도 함께 연출했다. 지니TV 오리지널 시리즈로, TV에서는 ENA를 통해 방송 중이다. 시청률 1.7%로 시작, 입소문을 타며 8회 4.7%까지 찍었다. 총 10부작으로 지니TV에서는 완결됐으며, ENA로는 9일과 10일에 방송되는 2회만 남겨뒀다.

특히 드라마는 손현주와 김명민의 연기 대결로 기대를 모았다. 손현주는 누구나 존중하는 정직한 판사였지만, 자신의 판사 권력을 이용해 아들 호영(김도훈)의 살인죄를 은폐하는 잘못된 부성애를 보여줬다. 아들을 지키기 위해 살인 등 불법을 저지르며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을 손현주 특유의 따뜻함과 불안함 등으로 표현했다. 손현주는 “잘못된 부성애가 맞다. 그렇게 갔으면 안 됐다.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게 됐다”며 “무고한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 그런 감정이 이입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울컥하고 우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명민이 연기한 김강헌은 조직폭력배 출신 우원그룹 회장으로, 둘째 아들 상현(신예찬)이 뺑소니 사고로 죽자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들의 복수를 한다. 김명민은 “나 역시 아버지고, 아들의 나이대가 비슷해서 몰입이 잘 됐었다”며 “내가 김강헌 같은 권력을 손에 쥐고 있었다면, 그와 같이 행동했을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강헌은 감정을 시원하게 표현하는 대신 꾹꾹 누르면서 연기를 하는데, ‘참는 연기’, ‘삼키는 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이번에 새삼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시놉시스(줄거리)와 작품 설명만 보면 송판호는 선, 김강헌은 악으로 보인다. 하지만 손현주와 김명민 모두 “선악이 나뉘지 않는다”고 했다. 손현주는 “여기선 선악이 없다”며 “송판호는 송판호대로 김강헌은 김강헌대로, 이 사회를 끌고 나가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김명민도 “명확한 선과 악의 구도를 담은 작품이 아니다”며 “김강헌은 훨씬 입체적인 캐릭터인데, 촬영한 부분 중에 편집된 장면들도 꽤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두 사람 연기 대결을 시청자들은 흥미진진하게 봤지만, 정작 두 사람은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은 듯했다. 손현주는 “촬영 전에 어떤 식으로 연기해야겠다고 정하지 않고 현장에서 상대 배우에 맞춰 연기한다”며 “배우는 (상대 배우와) 연기적 호흡이 없으면 죽은 것과 똑같다”고 밝혔다. 김명민은 “혼자 틀어박혀서 강박적으로 연기하는 모습이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는 충고를 들었다”며 “나름대로 순간마다 최선을 다한 건데, 주변에는 그렇게 비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는 최대한 편하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드라마 결말은 지니TV를 통해 TV보다 먼저 공개됐다. 시즌2를 연상케 했다. 이에 대해 손현주는 “답답하게 느끼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열린 결말이라고 생각해달라”며 “시즌2에 대해 논의하지는 않았지만, 제작되기를 바란다. 송판호와 김강헌이 반성을 하는 내용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명민도 “시청자분들이 반응이 열렬하게 원한다면 갈 생각은 있다”며 “다만 지금의 관심과 명예로움이 시즌2로 희석되지 않고 시즌1으로 남을 수 있다면 그걸 택할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