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이웃 주민에게 일본도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백모 씨의 아버지가 되레 아들의 행동을 높이 사는 듯한 댓글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백씨는 지난 7월 29일 오후 11시22분께 은평구의 아파트에서 장식용으로 허가받은 약 102㎝ 길이의 일본도를 이웃 주민 A씨의 얼굴과 어깨 등에 10여 차례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백씨는 재직 중이던 회사에서 약 3년 전 퇴사한 이후 정치·경제 기사를 섭렵하다 중국 스파이가 한국에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는 망상에 빠져, 아파트 단지에서 마주친 피해자가 자신을 감시하는 중국 스파이라 생각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백씨는 범행 후 현장을 빠져나와 집으로 달아났으나 범행 약 1시간 뒤 경찰에 체포돼 구속 수사를 받았다. 검찰은 지난달 23일 백씨를 구속기소 했다.
백씨는 전날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한다는 의사 확인서를 제출했다. 국민참여재판은 무작위로 선정된 만 20세 이상의 배심원이 유·무죄 및 양형을 평결하고, 법관이 평결을 참고해 판결하는 제도다.
피해 유가족 측은 지난 4일 오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아버지 백모 씨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 서부경찰서에 제출했다.
아버지 백 씨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날까지 일본도 살해 관련 뉴스 기사에 아들을 옹호하는 댓글을 작성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구체적으로 백 씨는 "(아들이) 자기 자신을 던지고 대의를 위해 (살인을) 했다", "범행동기가 국가 안위라면 상생의 차원에서 역지사지해 보자. 범행 동기가 사익이 아니라 공익이라면 국가가 그에 상응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건강한 청년이 왜 자신을 희생하고 살인했을까. 한반도 전쟁을 일으키려는 중국 스파이를 처단하기 위함이었다" 등 댓글을 20차례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