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인 사회에서 확실히 문학과 영화는 청춘의 영혼을 구원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최근 국내에서 두 편의 장편소설 ‘귀신들의 땅’과 ‘67번째 천산갑’이 잇따라 번역 출간된 대만의 젊은 작가 천쓰홍(陳思宏·48·사진)은 9일 성소수자로서의 차별과 냉대를 견뎌내고서 주목받는 작가로 떠오른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이렇게 강조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로 화제가 된 장편 ‘귀신들의 땅’은 톈홍의 일가족을 통해서 대만의 비극적인 현대사를 다뤘고, 자전적 경험이 녹아 있는 최근작 ‘67번째 천산갑’은 유년 시절 만나서 평생에 걸쳐 우정과 상처를 주고받은 동성애자 남성과 이성애자 여성의 복잡 미묘한 관계를 통해서 상처와 고독, 치유 등에 관한 인생사를 진지하게 탐색한 작품이다.
올해 서울국제작가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 방한한 천쓰홍은 이날 서울 중구 한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67번째 천산갑’에 대해 “어찌 보면 실패자에 관한 책”이라고 소개했다.
“슬프고 어두운 내용의 소설이라 미리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런데 전 눈물의 힘을 믿어요. 우는 건 창피한 일이 아니잖아요. ‘울고 싶으면 크게 우세요’라고 독자들에게 말하는 그런 소설입니다.” 작가는 한국에서도 소수자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가기를 기원했다. 그 과정에서 문학과 영화는 세계를 넓게 바라보는 창이 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천쓰홍은 현재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며 소설가, 번역가, 배우 등 여러 방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