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9일부터 나흘간 대정부질문에 돌입한 가운데 이날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선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남발·계엄령 준비 의혹 제기가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무마용”,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위한 분위기 조성용”이라 주장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옛 사위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서는 “캥거루 게이트”라고 규정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잡아야 할 의료대란, 민생은 내팽개친 채 이재명 대표·문 전 대통령만 잡으려 한다”고 반발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결론을 내린 걸 거론하면서 “김 여사가 권력 서열 1위인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野 “尹은 ‘영부남’, 김건희가 서열 1위”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윤석열 영부남’이라며 우리나라 권력 서열 1위가 김 여사란 말이 들려온다”고 말했다. 김 여사가 ‘영부인’이 아니라 국정 중심이고 윤 대통령이 배우자 역할을 하는 ‘영부남’인 것 아니냐고 비꼰 것이다. 박 의원은 “왜 김 여사 앞에만 서면 검찰도, 권익위도, 방통위도 작아만 지나”라며 “대통령이 김 여사만 싸고돌고 있기 때문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이들 사이에 날 선 공방이 오가던 중 한 총리가 박 의원에게 “비서실장으로서 모든 정권을 걸쳐 최고였던 박 의원을 따라갈 수 없다”는 상찬을 건네기도 했다. 박 의원이 용산 대통령실의 홍보가 부적절하단 비판을 내놓자 한 총리가 이런 답을 한 것이다. 이에 박 의원은 “윤 대통령에게 저를 쓰라고 하라”고 말하고 한 총리가 “건의하겠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2002∼2003년 김대중 정권에서 박 의원이 대통령 비서실장을, 한 총리는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을 지낸 인연이 있다.
민주당 이건태 의원은 검찰의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건 수사에 대해 “(김 여사) 휴대전화 압수수색이나 통신영장 등 기본적인 수사조차 없었다. 이른바 황제 조사를 상납했다”며 “명백한 사건을 어떻게 무혐의 처리하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한 총리에게 “총리로서 전국 공무원에게 ‘김 여사를 본받지 말라’, ‘디올백 같은 선물을 받지 말라’는 말씀을 할 용기가 없었냐”고 따졌고, 한 총리는 “그런 가정적 발언은 적절치 않다”고 맞받았다.
◆與, 文 겨냥 “몰염치한 캥거루 게이트”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최근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문 전 대통령 옛 사위 채용 문제와 관련해서도 “전형적인 정경유착이고 매관매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주거지 압수수색을 당한 문 전 대통령 딸 다혜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본인을 ‘돌 맞은 개구리’라 비유한 걸 언급하면서 “이 분은 억울한 개구리가 결코 아니다. 몰염치한 캥거루다. 이 사건은 문 전 대통령의 ‘캥거루 게이트’”라고 강조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문 전 대통령 수사를 정치보복으로만 보기 어려운 거 아니냐’는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 지적에 “검찰이 특정인이나 특정 정당에 대한 정치보복을 행하는 기관은 아니다”라며 “검찰을 악마화하거나 너무 정치 집단화하는 것은 검찰이라는 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답했다.
박 장관은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수수 의혹’ 관련 현역 의원들의 검찰 소환 요구 불응에 대한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 질문에 “케이스에 따라 체포영장 청구 필요성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돈봉투 수수 혐의를 받는 민주당 의원 6명에게 수차례 출석을 요구한 터다.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최근 민주당의 연이은 탄핵 추진과 계엄령 의혹 제기에 대해 “이재명 대표가 곧 있을 1심 선고에서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기 힘든 판결을 받는다면 어떤 사태라도 준비하겠다, 그러니 정부는 계엄 꿈도 꾸지 말라는 사전 경고로 들린다”며 “계속해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 몰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에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은 헌법에 의해 언제라도 즉각 계엄을 해제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계엄설은) 전형적인 가짜뉴스의 전형”이라고 강조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10일 예정된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 차관이 대신 참석할 예정이라고 이날 국회에 전달했다. 조 장관은 ‘2024 인공지능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회의(REAIM)’ 등에 참석할 예정이며, 김 장관도 서울에서 열리는 제2회 한국·유엔군사령부 회원국 국방장관 회의 참석 등의 일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