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설계’ 펀드에 팔아 사실상 부실 이연 장부보다 매각가 높여 순이익 과다 인식 금감원 적발… 건전성 착시효과 엄정 대응
상상인저축은행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 정리 과정에서 PF 정상화 펀드를 이용해 ‘꼼수 매각’을 한 사실이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상상인저축은행과 관련 펀드 운용사인 오하자산운용사 대상 부실 PF 대출채권 수시 검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금감원은 최근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개선안 발표 후 저축은행이 부실 대출채권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사모펀드를 조성해 부실을 이연할 가능성이 지속해서 제기됨에 따라 수시 검사에 들어갔다.
경기도 성남시 상상인저축은행 본사 모습. 뉴스1
금감원에 따르면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 6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오하운용의 ‘저축은행 PF 정상화 펀드’에 각각 908억원, 585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외부투자 제외 시 펀드 총설정액의 각각 46.7%와 33.3%에 해당하는 규모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이후 해당 펀드에 각각 955억원, 646억원의 부실채권을 매각했다. 투자 비율(1차 46.7%·2차 33.3%)과 정확히 일치하는 비율로 팔았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이 과정에서 PF 대출채권을 장부가액(대출원금-충당금)보다 높은 금액에 매각해 충당금 총 129억원을 환입함으로써 당기순이익을 과다 인식했다는 게 금감원의 지적이다. 게다가 부실 PF 대출채권 매각에 따라 지난 6월 말 연체율이 2.6%포인트 하락해 건전성이 양호해지는 효과도 얻었다.
금감원은 오하운용이 이른바 ‘OEM 펀드’를 운용한 것으로 파악했다. OEM 펀드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작하는 제품처럼 투자자가 직접 설계하는데, 자격이 없는 업체가 설계하는 만큼 자본시장법에선 금지하고 있다. 오하운용은 또 별도 실사 없이 대출취급 시점(최대 4년 전)의 감정평가금액을 사용해 산정한 외부평가 결과를 그대로 적용해 해당 펀드가 PF 대출채권을 고가에 매입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상상인저축은행의 편법 매각으로 인한 연체율·고정이하여신 비율 착시효과를 제거할 예정이다. 오하운용의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제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