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4 2만9500원, 정수기 렌탈 2만4900원, 우주패스(유튜브 프리미엄 결합) 1만4900원, 넷플릭스(광고형) 5500원, 밀리의 서재 9900원, 애플뮤직 8900원, 쿠팡 7890원, 네이버멤버십 4900원, 편의점 도시락 3990원.
대학생 A씨는 그간 이용해오던 구독 서비스를 절반 이하로 줄였다. 종류별로 겹치는 서비스들은 탈퇴하고, 화질이 낮거나 광고가 나오는 저렴한 등급으로 서비스 등급을 낮췄음에도 한 달 구독료는 10만원을 훌쩍 넘기고 있다.
A씨는 “처음 가입할 때는 한 달에 커피 한 잔만 덜 마시면 되는 정도라고 해서 가입했는데, 이제 한 달 내내 커피를 끊어도 구독료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고 토로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음악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앱), 전자상거래, 음식 배달까지 구독 서비스가 가파르게 늘면서 A씨처럼 구독료에 부담을 느끼는 사용자도 급증하고 있다.
구독 서비스를 무한정 늘릴 수 없는 만큼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만 남기고 이탈하는 ‘디지털 이민’ 현상도 자리를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음식 배달 플랫폼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배달의민족은 오는 11일부터 멤버십 ‘배민클럽’을 유료화한다.
알뜰배달(묶음 매달) 무료 이용과 한집배달의 배달비 할인 등 혜택을 제공하는 배민클럽을 이용하려면 매달 3990원을 내야 한다.
당초 지난달 유료화 전환을 예고했지만, 알뜰배달 서비스 대상 확대 적용 등을 이유로 유료화 시점이 한 차례 연기됐다.
배민 관계자는 “음식 배달 무료는 물론 장보기·쇼핑, 제휴사 혜택 등 실속 있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쿠팡은 지난달부터 로켓배송 무료배송 등 혜택이 있는 와우멤버십 가격을 월 7890원으로 인상했다. 월 2900원으로 ‘커피 한 잔 값’이었던 구독료가 두 차례에 걸쳐 5000원이 오르면서 부담도 커졌다.
넷플릭스, 디즈니+, 티빙, 유튜브 등 OTT 서비스도 줄줄이 가격이 올랐다.
티빙은 지난해 12월 월 구독료를 스탠더드 기준 1만3500원으로 2천600원 올린데 이어 지난 5월 연간 구독권 가격을 20% 인상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2월 월 9500원의 베이식 멤버십 판매를 중단하고, 1만3500원의 스탠다드 요금제를 내놨다. 광고 없이 영상을 보려면 사실상 4000원을 더 내게 된 셈이다.
디즈니+는 지난해 11월 기존 멤버십 가격을 월 1만4000원으로 4000원 인상했고, 유튜브도 프리미엄 구독료를 1만4900원으로 4450원 올렸다.
구독료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을 겨냥해 통신업계는 앞다퉈 결합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SK텔레콤은 자사 서비스에 넷플릭스와 웨이브를 함께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용 요금제에 따라 구독료를 최대 1만3500원까지 절감할 수 있다.
KT는 데이터 무제한에 티빙, 지니뮤직, 밀리의 서재 등 OTT와 음악, 도서 플랫폼을 결합한 서비스를 지난달 출시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인터넷TV(IPTV) 구독 상품을 통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 해외 OTT의 콘텐츠들을 시청할 수 있게 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구독료을 줄이기 위해 가상 사설망(VPN)을 사용하기도 한다. VPN을 실행해 구독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도나 나이지리아 등 해외 국가로 거주지역을 바꿔서 아이디를 만드는 식이다.
OTT 서비스의 계정을 공유해 구독료를 분할 납부하는 방식도 과거부터 애용되고 있다.
하지만 VPN을 이용한 우회 시도나 계정 공유 등의 편법은 대부분의 업체들이 사용자 정책 위반으로 명시하고 있어서 적발되면 서비스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구독 서비스는 ‘락인(Lock-in) 효과’로 멤버십 혜택 축소나 요금 인상이 있더라도 쉽게 다른 대안으로 전환하지 못하게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온라인플랫폼 업체들이 구독 요금을 급격히 인상하더라도 다른 대안이 크게 없는 소비자는 큰 저항 없이 이끌려 다닐 우려가 매우 커 보인다”며 “구독 서비스 가입으로 고정 지출을 결정하는 데 있어 소비자들의 신중한 결정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