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K-마켓으로 유통문화를 바꾸면서 성공신화를 쓴 고상구(66) K&K글로벌 트레이딩 회장이 11일 사단법인 세계한인회총연합회(세한총연) 2대 회장에 선출됐다. 전세계 한인회 연합체로, 750만 재외동포를 대표하는 단체다. 재외동포 지위 향상과 한민족 공동체 발전 기여 등을 목적으로 2021년 10월 설립됐다.
지난해 6월 재외동포청 출범을 계기로 재외동포 사회의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고 회장은 “재외동포는 대한민국에 소중한 자산”이라면서 “재외동포가 단합해서 국익에 이렇게 도움이 된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회장은 재외동포 2세,3세가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한국어 교육과 모국 교류 프로그램이 강화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아들에게 늘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래서인지 그의 늦둥이 아들은 현재 대한민국 군인으로서 복무 중이다. 베트남과 미국에서 생활해 왔으나 조국을 제대로 보고 배울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서다.
지난달 20일 이사회 당선 결정에 이어 11일 총회 추인까지 마친 고 회장을 인터뷰했다.
―세한총연 2대 회장을 맡았는데.
“현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아시아태평양지역회의 부의장을 맡고 있다보니 상당히 부담스럽다. 임기가 이제 1년 됐는데 부의장으로 할 일이 매우 많다. 26개국에 자문위원이 700여명이나 된다. 다 찾아다녀야 하고 지역회의 행사도 많고. 1년 동안 거의 모든 곳을 갔다. 그럼에도 주위에서 여러 분들이 권유가 있었고 750만 재외동포 권익보호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 하는 마음으로 맡게 됐다.”
―민주평통 일이 그렇게 바쁜 줄 몰랐다.
“아태지역회의 행사도 있지만 각 협의회 또는 지회가 7개 있다. 열심히 다닌다고 정평이 났다고 자신한다. 민주평통 해외 자문위원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우리가 한반도 평화통일을 이루려면 우리만의 의지로는 안 된다. 주변 국가 지지와 협조가 없으면 어렵다. 해외 자문위원들이 한반도 통일이 이웃나라에, 세계 평화에 어떤 기여를 할지를 잘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역할을 한다.”
―우리도 이제 해외이주의 역사가 100년이 넘는다.
“1902년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으로 이주하면서 역사가 시작됐다고 하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자의든 타의든 해외로 나간 역사는 훨씬 오래됐다. 고구려가 당나라에 패하면서 넘어간 사람도 있고 백제 때 일본으로 가기도 했다. 임진왜란 때 끌려가서 아직도 일본식 한국 이름을 쓰는 분도 있고. 코로나19 시기 중국동포가 줄면서 730만명이라고도 하는데 표현은 750만 재외동포라고 한다. 대한민국에 소중한 자산이다. 과거에는 우리나라가 못 살아서, 배고파서 이주했다. 지금은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경제 영토를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해외에서 사업을 하고 꿈을 펼치려고 나간 이들이다. 국가 경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이민의 환경과 문화가 바뀐 것이다.”
―지난해 6월 재외동포청 출범을 상당히 반가울 텐데.
“재외동포재단 시절 해외 동포들이 대통령 방문 때마다 간담회에서 건의한 게 동포청 설립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적극 검토하겠다고 하면서도 흐지부지되곤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결단을 해줘 재외동포 사회 숙원인 재외동포청이 만들어졌다. 굉장한 변화다. 재외동포 중에선 달라진 걸 피부로 못 느낀다는 분도 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재외동포청이라는 큰 기둥을 세웠으니 이제 살을 붙여가야 한다. 정부도 동포청에 더 많은 예산과 지원을 하겠지만 우리 재외동포들도 힘을 실어주고 함께 해야 한다. 그 역할을 할 단체가 바로 세한총연이라고 자부한다.”
―세한총연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려고 하는가.
“재외동포는 대한민국에 소중한 자산이다. 재외동포들의 위상과 권익을 스스로 강화하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그러려면 750만 재외동포가 단합해야 한다. 뭉쳐서 정부에 무엇을 요구한다기보다 750만 동포가 국익에 이렇게 도움이 된다고 느끼게 하겠다는 것이다. 국가가 재외동포를 더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말이다.”
―일부 지역에서 재외동포 단체들끼리 분란을 겪는 일도 있다.
“한인회가 이분,삼분되고 분열해서 동포로부터 외면당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회장들끼리 싸우고 법적 소송으로 가기도 한다. 이런 모습이 전체 동포 사회의 모습인 것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 잘하는 곳이 훨씬 많다. 잘하는 것은 티가 안 나지만 잘못은 금세 드러나는 법이다. 세한총연이 조정자 역할을 하려고 한다. 분열이 생기는 지역에서 양쪽을 설득하고 안 되면 우리가 판단해 주려고 한다. 누가 옳나, 그르다고 하는 것을 외국 법정에서 소송으로 가린다는 건 낯부끄러운 일이다. 세한총연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도록 조직의 역량을 갖춰나가겠다.”
―해외에 나가면 다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당연한 얘기다. 우리 아들이 지금 군대에 가 있다. 늦둥이인데, 얼마 전 휴가를 나오면서 병무청장이 준, 상장 같은 것을 받아왔더라. 귀하는 해외에서 거주함으로써 병역을 면제받거나 연기할 수도 있는데 스스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병역 의무를 하고 있어 상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해외동포들 마음이 다 이렇다.”
―농담이지만, 아버지가 강요한 건 아니겠죠.
“태어나 돌 지나기 전에 베트남으로 데려간 아들이다. 대한민국에는 친구가 한 명도 없고 문화도 잘 모른다. 베트남에서 국제학교를 다니고 바로 미국 대학을 갔으니 외국인 친구들뿐이다. 스스로 군대가 대한민국을 제대로 보고 배울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것 같다. 앞으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살아가는 자부심을 느낄 것이라고 본다. 어려서부터 해병대 얘기를 자주 하고 해병대 군가를 따라 부를 정도라서 그런지 해병대를 가려 했는데 신체검사 기간을 맞추지 못했다.”
―재외동포 2세, 3세로 갈수록 정체성이 흐려질 텐데.
“유대인들이 모국 방문 연수 프로그램 같은 걸 잘 한다. 우리도 하고는 있는데 더욱 활성화했으면 한다. 재외동포 차세대 교육은 굉장히 중요하다. 한글학교가 있지만 온라인 교육도 확산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는데 우리 자녀들이 한국말을 못하는 건 상당히 문제다. 국가에서도 전폭적으로 지원해 줬으면 하는 게 교육사업이다. 아이들을 모국으로 초청해 판문점도 방문하고 한국 문화도 경험하면서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게 해야 한다. 그래야 2세, 3세로 넘어가도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
―한인단체에서도 젊은 층 참여를 끌어내는 것이 숙제가 아닌가.
“차세대 리더를 키우려고 한다. 민주평통만 하더라도 주니어 평통이 있고 청년위원회, 청년분과가 있다. 세한총연의 장점이 글로벌 네트워크다. 미국, 베트남, 유럽, 아프리카에 있는 젊은이들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 아이들도 그걸 좋아하고 이게 매개체가 되어 잘 뭉친다. 베트남에서 아태평화통일캠퍼스를 열면서 100명 정도 오겠거니 생각했는데, 400명이 왔다. 호주, 뉴질랜드에서도 왔다. 젊은이들에게 글로벌 네트워킹을 하도록 행사를 자주 만들어 줘야 한다.”
―선거 때마다 투표율도 낮은데 재외동포 투표에 예산을 써야 하냐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4·10총선만 하더라도 5%에도 미치지 못하는 투표율 때문에 그런 같다. 현지 공관에서만 투표할 수 있기 때문에 비행기를 타고, 몇 시간 자동차를 몰아서 가야 하다 보니 투표율이 낮다. 우편투표나 전자투표를 도입하면 될 텐데 그걸 하지 않아 안타깝다. 다른 나라들은 우편투표를 많이 하고 프랑스는 전자투표까지 한다. 우리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
―해외에 거주하면 현지 사회와 문화에 스며들어야 하는 건 아닌가.
“당연히 그 사회에 스며들어야죠. 다만 그냥 놔두면 현지인이 되어 버린다. 현지 문화에서 살면서 대한민국 정체성은 잃지 말아야 한다. 그런 교육을 해야 한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인도계 아닌가. 해리스의 후보 수락 연설은 감동적이다. ‘매일 매일, 특히 지금 그녀가 그립다. 어머니가 오늘 밤 미소 지으며 내려다보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고 인도계인 어머니를 회고하면서 스토리텔링을 했다.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컸으면 한다.”
●고상구 회장은···
△1958년 대구 △대구성광고·고려대 경영대학원 △한국청년회의소(JCI) 감사·서울 강동JCI 회장 △제10대 베트남 하노이 한인회장 △베트남한인회 총연합회장 △제18차 세계한상대회 대회장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부의장 △세계한인회총연합회 회장 △국민훈장 동백장 수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