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셨는데...” 차량으로 경찰관 ‘쿵’ 치고 도망, 음주운전 처벌은 피했지만

광주지방법원. 연합뉴스

 

술을 마신 채 운전한 사실이 발각될까 봐 경찰관을 차량으로 치고 달아난 40대가 특수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박재성)는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기소된 모 제약회사 직원 A씨(40)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1월19일 오전 8시쯤 광주 북구에 위치한 사거리 도로에서 교통경찰관의 하차 요구에 불응하고 차량으로 충격해 다치게 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경찰관들은 음주운전 의심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한 상태였다.

 

경찰관은 정차 중이던 A씨에게 하차를 요구하며 창문을 두드렸다. 단속에 불응하던 A씨는 차량을 조금씩 전진하다가 갑자기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사고를 냈다. 해당 과정에서 교통경찰관 1명은 약 2주간의 병원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

 

그러나 A씨는 곧바로 현장을 빠져나간 후 뒤늦게 경찰서에 출석했다. 음주운전 의심 신고 접수 직후 음주 수치를 측정하지 못해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는 적용조차 못 하게 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음주운전 발각이 두려워 단속 경찰 공무원들의 저지를 뚫고 달아났다”며 피해 경찰관이 상해를 입었을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까지 발생할 위험이 있어 범행 동기와 경위, 수법, 피해 정도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가 뒤늦게 경찰에 출석함으로써 음주 수치를 측정할 수 없게 돼 음주운전 행위는 처벌조차 못 하게 됐다”고 일침을 가했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는 점과 형사처벌 전과가 없는 초범인 점, 뒤늦게라도 피해자 경찰관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합의한 점, 피해 경찰관의 상해 정도가 아주 중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선처하기로 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