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비상’ 추석 응급실 붕괴… “매일 1만명 응급진료 못 받는다”

응급의학의사회 설문조사 응답자 92%
‘위기’ 또는 ‘심각한 위기’

의사 부족으로 응급실 운영난이 가중되고 이에 따른 의료대란의 우려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의정갈등 장기화로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응급의료 공백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10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을 환자와 보호자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10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의사회 전문의 회원 503명이 지난 3~7일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2%가 현재 응급실 상황을 ‘위기’ 또는 ‘심각한 위기’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추석 연휴 응급실이 큰 위기를 맞을 거란 전망이다.

 

수도권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응답자 97%, 비수도권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응답자 94%가 추석 연휴를 ‘위기’ 또는 ‘심각한 위기’라고 예상했다.

 

전국 곳곳에서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9일 오전 주 1회 성인진료를 중단하고 있는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로 구급대원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사회는 “지금도 진료 차질을 보이는데, 일평균 1만명 환자는 응급진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상급종합병원의 최종 치료 역량 저하는 현재 발생하고 있는 응급실 환자 수용 어려움의 직접적 이유”라며 “연휴 동안 의료자원의 한계가 더욱 심해져 갈 데 없는 환자들이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할 게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오는 11일부터 25일까지 2주간 ‘추석 명절 비상 응급 대응주간’을 지정해 비상 진료체계에 따른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150% 가산에 추가 100%를 더해 비상 진료 이전의 3.5배 진찰료를 지급하는 조치에 들어간다.

 

아울러 후속 진료 역량 강화 차원에서 응급실 내원 24시간 이내 이뤄지는 중증·응급수술에 대한 수가를 기존 대비 3배 더 지급한다. 응급실 외래환자 진찰료 지급도 일반 응급의료시설까지 확대하고 관련 수가를 추가 인상한다.

 

연휴 기간 문 여는 병의원은 잠정적으로 일평균 7931개소다. 이는 지난 설 연휴 기간 당직 병의원(하루 평균 3643개소)의 2.2배 수준이다. 병의원 진찰료와 약국 조제료의 가산율은 연휴 기간 한시적으로 50% 수준으로 인상된다.

 

의정갈등 장기화로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응급의료 공백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10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현장은 환자에게 필수의료 분야의 '배후 진료'가 원활히 돌아가지 않는 한, 이 위기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당장 수가 보상을 강화한다고 "더는 지쳐 떠나겠다"는 의사들을 붙잡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매달 1회 119 의료봉사를 진행 중인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성형외과 전문의)은 "응급실 단계도 문제지만, 병원이 응급실에 온 환자를 치료할 단계 자체가 무너졌다. 단번에 해결하기 힘든 데다 이번 연휴 때 심해지면, 더 심해지지 좋아질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