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제주4·3 알린 이산하 시인 국보법 수사때 인권침해”

제주 4·3 사건 실상을 폭로하는 장편서사시를 썼다가 고초를 겪은 이산하(본명 이상백) 시인에 대한 공안기관의 인권침해 행위가 인정됐다.

 

제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6일 열린 제86차 위원회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불법구금 등 인권침해 사건’ 피해자인 이씨에 대해 진실규명을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사진='이산하의 친구들' 제공

이씨는 1987년 3월 발간된 사회과학전문지 ‘녹두서평’ 창간호에 4·3 사건을 알리는 연작시 ‘한라산’을 게재했다가 같은 해 11월 경찰에 끌려가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았다.

 

진실화해위가 사건 판결문과 수사·재판기록, 이씨의 변호인, 사건 담당 경찰관 등을 조사한 결과 이씨가 불법적으로 구금·구속된 사실이 확인됐다. 공안수사단 수사 과정에서 이씨가 구타 등 가혹 행위를 당한 정황도 파악됐다. 이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다.

 

진실화해위는 이씨가 경찰에 붙잡히기 전인 그해 4월 경찰에 연행된 신형식 녹두서평 편집장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신씨는 한라산을 게재했단 이유로 북한 공작원 지시에 따라 이적 표현물을 제작·배포한 혐의를 받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았다.

 

진실화해위는 국가에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재심 등 명예회복을 위한 조처를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