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티몬·위메프의 판매자 대금 미지급 사태로 많은 판매자와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중개수수료 인상으로 배달 플랫폼 기업들과 외식산업 자영업자들 간 갈등이 격화되자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되었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지난 9일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및 티몬·위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 방향’을 발표했다. 이번 입법 방향의 핵심은 독과점 플랫폼 기업들을 규제해 플랫폼 간 경쟁을 촉진하고, 온라인 중개거래 플랫폼 기업들의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우선 정부는 연간 중개거래수익 또는 중개거래금액을 기준으로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을 선별해 판매대금 정산기한을 규정하고, 판매대금 별도관리 의무 등을 부과할 계획을 발표했다. 다수 업체와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대규모 온라인 중개거래 플랫폼 기업이 입점 업체들에 판매대금 정산을 미루고, 판매대금을 유용할 수 있게 방치하면 우리 경제에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대규모 플랫폼 기업의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경우 판매대금 미지급으로 여러 입점 업체들의 연쇄 도산을 초래하고, 소비자 피해를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티몬·위메프 사태를 통해 제도에 허점이 있음을 확인했으므로 이를 보완해 향후 동일한 사태의 재발을 막는 규제는 필요하다. 정부의 입법 방향은 대규모 플랫폼 기업의 판매대금 유용을 막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플랫폼 간의 경쟁을 촉진한다는 명분으로 무턱대고 독과점 플랫폼 기업들을 규제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 토종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만 규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해서 토종 기업의 성장을 막고, 미래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할 인공지능(AI) 산업에서 우리의 경쟁력을 훼손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쟁기업을 시장에서 쫓아내거나 새로운 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한 반(反)경쟁 행위 발생 시 시장점유율, 이용자 수, 연 매출액을 기준으로 ‘지배적 플랫폼’을 선별해 제재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외국 플랫폼 기업들은 우리 정부의 경영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국내 매출액을 과소 계상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지배적 플랫폼으로 분류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대표적인 글로벌 플랫폼 기업인 구글코리아가 공시한 작년 매출은 3653억원에 불과해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기준에 따르면 규제 대상인 지배적 플랫폼에서 제외된다. 그러므로 정밀하지 않은 기준을 바탕으로 한 규제는 토종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을 역차별해 국내 온라인 플랫폼 시장을 외국 기업에 내줄 뿐만 아니라 토종 기업들의 성장을 막을 위험성이 존재한다.
석병훈 이화여자대학교 교수·경제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