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 향한 차별 속 위로·희망 메시지

영화 ‘그녀에게’·‘딸에 대하여’

자폐아 부모·성소수자 등 소재
입체적이고 담담히 인물 묘사

장애인, 치매노인, 성소수자. 우리 사회가 이런 소수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질문을 던지는 독립예술영화 두 편이 연이어 관객과 만난다. 이들이 겪는 차별과 부당한 대우를 조명하면서도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것이 두 작품의 특징이다.

'그녀에게'

11일 개봉하는 ‘그녀에게’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이를 돌보는 부모의 삶을 담았다. 상연(김재화)은 신문사 정치부 기자로 미래 계획이 창창하다. 이런 그의 삶은 쌍둥이 아들 지우(빈주원)가 자폐성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으며 180도 바뀐다. 세상에 아이와 둘만 남겨진 것 같은 고립감, 장애아 교육에 드는 엄청난 비용,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쌍둥이 딸 육아, 장애에 대한 세상의 몰이해, 부당한 장애등급제 등 갖가지 문제가 한꺼번에 닥친다. 초등학교에서 비장애아들과 통합교육을 받은 후부터는 동료 학부모와 교사에게 늘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며 고개 숙일 일만 늘어난다. 이 영화는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류승연 작가의 에세이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형이라는 말’을 원작으로 했다. 연출을 맡은 이상철 감독은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가 겪을 법한 에피소드를 담담하면서도 실감 나게 풀어내 공감을 부른다.

상연 역의 김재화는 발달장애아 엄마의 심경과 내적 변화를 설득력 있게 연기한다. 장애 판정을 받고 좌절하는 순간부터 사회가 아이를 받아들이도록 애쓰는 모습, 그럼에도 순간적으로 무너지는 마음, 온갖 경험을 거치며 성장하는 엄마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딸에 대하여'

4일 개봉한 ‘딸에 대하여’는 치매노인 돌봄과 성소수자를 조명한다. 엄마인 ‘나’(오민애)는 요양원에서 연고 없는 치매 할머니를 돌본다. 할머니는 과거 봉사와 후원으로 언론에 나올 정도로 명망 높았지만 지금은 짐 덩어리다. 기저귀를 거부해 걸핏하면 실수하고, 깔끔해서 비품도 두세 배씩 쓰니 까다롭기 그지없다. ‘나’는 친가족처럼 할머니를 살뜰히 돌보는데, 요양원에서는 돈이 안 된다며 눈치를 준다.



집에 돌아오면 속이 터진다. 전세금이 없어 집으로 들어온 ‘딸’(임세미)은 동성 애인을 함께 데려왔다. 딸이 무난한 남자 만나 자식 낳고 살면 좋겠는데, 해직 동료를 돕겠다며 시위나 하고 다닌다.

일터에서 부당함에 맞서던 엄마는 집에 오면 딸에게 ‘제발 남들처럼 살라’고 잔소리하는 모순을 보인다. “엄마가 그랬잖아. 부당한 건 부당하다고 말하고 살라며. 왜 이러는 건데”라는 딸의 항변에 엄마는 말한다. “너는 내 딸이니까.”

이 작품은 2017년 출간돼 제36회 신동엽문학상을 받은 김혜진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영화는 엄마가 서서히 변하는 모습을 작위적이거나 과한 느낌 없이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