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하는 특검법안을 단독 의결했다.
또한 민주당 등 야 5당이 공동 발의한 네 번째 채상병 특검법과 민주당의 당론 추진 법안인 지역화폐법 개정안도 야당 단독 처리로 법사위를 통과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들 법안 처리에 반발하며 표결 직전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세 개 법안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법사위를 통과하면서 12일 본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이 일단 열렸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이들 법안에 반대하는 데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역시 처리 시점을 고심 중이어서 12일 본회의 상정 및 처리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 여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주식 저가 매수 의혹, 인사개입·공천개입 의혹,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등 8가지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했다.
네 번째 채상병 특검법은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고 민주당과 비교섭단체 야당이 2명으로 추리면 그중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대법원장 추천 인사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야당이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비토권'도 법안에 포함됐다.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에 두 특검법안을 상정하고 대체 토론을 진행했으나 특검 추천 권한과 수사 대상 등을 놓고 국민의힘이 반발하면서 대치가 지속됐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공소 취소를 특검이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특검법은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주 의원은 김 여사 특검법과 관련해서도 "수사 대상을 보면 김 여사의 인사 개입, 공천 개입 의혹이 있는데 언론 보도에 난 것을 넣어놓은 것"이라며 "구체적 내용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 이건태 의원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여당이 제삼자 특검을 주장해 그것을 받아들였다"며 "대법원장이 제대로 추천하면 민주당이 비토권을 행사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김 여사 특검법 신속 처리를 통해 "총선 개입 의혹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토론이 공전하면서 법사위는 국민의힘 요구에 따라 안건조정위원회(안조위)를 구성해 조정에 나섰지만, 이 역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채 40여분 만에 빠르게 종료됐다.
야당이 과반(야당 4명·여당 2명)을 점한 안조위는 두 특검법안 모두 전날 법안소위에서 야당 단독으로 통과된 내용 그대로를 결과로 내놨다,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법사위 퇴장 후 기자회견에서 "안건조정위는 다수당의 힘으로 인한 일방적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한 제도인데, 민주당이 이를 형해화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검법이 처리된 뒤에는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도 야당 단독 표결로 법사위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지역사랑상품권의 발행·판매·환전 등 운영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국민의힘은 "사실상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을 상설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상품권을 많이 발행할 수 있는 부자 지방자치단체는 지원해주고 가난한 지자체는 지원하지 않는 지역 차별 상품권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12일 대정부질문을 위한 본회의가 예정된 만큼 의석 과반을 점한 야당이 세 법안의 일방 처리를 시도할 수 있으리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민주당은 이미 지역화폐법에 대해서는 12일 본회의 처리를 당의 공식 입장으로 정한 바 있고, 김 여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도 일부 강경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추석 연휴 이전에 처리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혹은 야당이 세 법안 모두를 표결하지 않더라도, 1∼2건만 처리를 시도할 수도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다만 상정권을 쥔 우원식 국회의장이 미온적 반응을 보여 실제 본회의 처리 시점은 불투명하다.
또 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에 나설 경우, 명절을 앞두고 협치 분위기가 깨질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 지도부도 처리 시점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