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온 며느리를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80대 시아버지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형사부(부장 이재신)는 11일 성폭력처벌법상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80대 남성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했다. 이와 함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도 명령했다.
이날 항소심은 A씨가 1심 선고 결과에 대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를 제기하면서 진행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 내용과 피해 정도,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등을 고려하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어 원심의 형은 무거워 부당하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21년 베트남 출신 며느리인 피해자 B씨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당시 A씨는 B씨에게 “땅을 팔아 베트남에 집을 사주겠다”며 성폭행을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범행이 이뤄진 공간엔 당시 4세·5세였던 A씨 손주이자 B씨 자녀가 함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사건 발생 직후 남편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남편은 “(경찰에) 신고하면 더 이상 함께 살지 못한다”고 해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B씨는 2023년 설 명절 전 ‘음식을 못 한다’는 남편의 핀잔에 다툰 후 집을 나왔고, 지인에게 과거 피해 사실을 알린 뒤 경찰에 A씨를 고소했다.
A씨는 1심에선 “며느리가 거짓말하고 있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했지만, 항소심에선 혐의를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