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원(源) 보호는 신원이 공개될 경우 언론에 정보 제공을 꺼리게 돼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취재 윤리다. 이는 휴민트(인간정보)나 데킨트(기술정보)를 기본으로 하는 국가정보활동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중 휴민트의 핵심은 비공개된 사람, 즉 에이전트(Agent)로 불리는 첩보원 또는 내부첩자로부터 얻는 기밀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 역시 에이전트의 신원 보호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발생한 정보사 기밀 유출 사건에서 놓치고 있는 문제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공개된 바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정보사의 A군무원이 우리나라 블랙요원의 신상정보가 포함된 기밀자료를 조선족 중국인에게 파일 형태로 전달했는데, 방첩사에서 이를 내사하는 도중에 언론에 노출되었다. 이 과정에서 늑장 수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서둘러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간첩죄까지 추가해 군 검찰에 이첩하였지만 간첩죄는 제외된 채 최종 기소되었다.
이는 간첩 혐의가 의심되지만 입증하는 데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간첩 사건에는 증거 수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에 수미 테리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간첩죄가 아닌데도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10년씩이나 이를 추적하였다. 그만큼 증거 수집이 어렵고 또 모든 증거를 다 수집하고 나서도 증거 인멸이 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보안 사범이나 디지털 범죄 같은 경우 그 특성상 내사 단계에서 증거 확보가 중요하고 이후 철저한 보안 조치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아마추어식 수사 과정에서 먼저 노출되어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정보사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해당 블랙요원들을 서둘러 귀국시키는 등 긴급 조치를 하였다지만, 그동안 우리와 관계를 맺은 현지의 에이전트나 협조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보호조치를 할 겨를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 역시 수미 테리 사건 이상으로 우리 정보기관의 신뢰를 상실하는 손실이 불가피하다. 국민의 알 권리 측면에서 볼 때 이를 언론 탓으로 돌릴 수 없다. 결국 수사 기밀을 유출한 쪽의 책임이다.
채성준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