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국립토론센터에서 열린 첫 TV토론에서 최대 이슈가 된 재생산권(낙태) 문제를 비롯해 경제, 이민, 가자지구 전쟁 등 외교·안보, 환경 문제 등 각종 정책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연방 차원의 낙태 권리를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연방 대법원에서 폐기된 것이 트럼프 전 대통령 때문이라며 “이제 20개 주 이상에 (낙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 등을 범죄화하는 ‘트럼프 낙태금지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면 전국적인 낙태 금지법에 서명할 것이라고 공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임신 9개월째에 낙태하는 것을 찬성하고,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 과거 신생아가 태어난 이후에도 죽일 것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본인은 낙태 금지를 찬성하지 않는다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사회자의 첫 질문이었던 경제와 인플레이션 문제에 대한 토론은 다소 평이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최대 약점인 인플레이션 문제에 대한 추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구체적 정책에 대한 공격을 하는 대신 “그녀는 마르크스주의자다” 등의 색깔공격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이 중산층을 위한 유일한 후보라며 소상공인 진흥 정책을 펴겠다고 언급했다. 또 “와튼 스쿨에서는 도널드 트럼프의 계획이 사실 재정적자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는데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인 와튼스쿨 출신임을 겨냥한 것이다.
이날 가장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킨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 주장에 대해 토론주관사인 ABC방송을 비롯한 현지 언론은 실시간으로 거짓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며칠간 정치를 다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진 이 소문에 대해 이미 9일 스프링필드 경찰이 “소문을 믿을 만한 보고나 구체적인 주장이 없다”며 사실이 아니라는 성명을 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하지만 무고한 팔레스타인인들이 많이 희생됐다고 언급했다. 전당대회에서보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에 대해 한 층 더 나아간 언급으로, 그의 주력 지지층인 젊은 층들이 그의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입장 때문에 일부 투표에 유보적인 것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는) 이스라엘을 혐오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을 해리스 부통령의 ‘보스’(boss)라고 지칭하면서 수차례 소환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의 ‘부조종사’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전략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당신은 조 바이든이 아니라 나를 상대로 선거를 치르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뉴욕타임스(NYT)는 토론 중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33건을 팩트체크해 그중 16개를 ‘거짓’으로 판단했다. ‘과장’, ‘오해 소지’ 등까지 포함하면 29개가 문제성 발언으로 지목됐다. 해리스 부통령의 발언 중에서는 8개를 분석해 2건을 ‘거짓’, ‘오해 소지’ 2건 등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