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대한제국공사관’ 美 국가사적지로

한국 관련 건물로는 첫 등재
구한말 자주외교 상징적 무대
국가유산청 “역사적 가치 인정”

대한제국이 펼친 자주외교 노력이 깃든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이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사적지로 공식 등재됐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한국 정부가 소유하고 한국의 역사가 중심이 되는 장소가 미국 국가사적지가 된 건 처음이라고 11일 밝혔다.

 

워싱턴에 있는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의 공식 지정 명칭은 ‘옛 대한제국공사관’(Old Korean Legation)이다. 미국의 국가사적지(NRHP·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는 한국의 국가유산(옛 문화재)과 유사한 제도로, 보존할 역사적 가치가 우수한 건물·구조물·장소 등을 법으로 지정한다.

대한제국이 펼친 자주외교 노력이 깃든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이 미국의 국가사적지로 공식 등재됐다. 사진은 미국 워싱턴에 있는 건물 복원 전후 모습. 국가유산청 제공

미국 국립공원관리청 측은 공사관의 역사적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유산청은 “워싱턴에 설치된 한미 외교의 현장으로 미국의 역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장소라는 점이 건물의 핵심 가치로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또 “건물의 내·외부 모두 원형 보존 상태가 양호하고, 한국 정부의 주도로 진행된 복원 및 새 단장 공사로 역사적 공간을 훌륭히 재현한 점도 반영됐다”고 덧붙였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미국 내 한국 관련 건물로서 미국 연방정부의 국가사적지가 된 것은 최초”라며 “미국의 연방 문화유산으로서의 새로운 법적 지위를 부여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이어지던 시기 외교 무대의 중심이었다. 1877년 미국 남북전쟁에 참전한 군인 출신 정치인이자 외교관인 세스 펠프스의 저택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백악관에서 약 1.5㎞ 거리에 있다.

 

공사관은 우리 역사상 최초로 서양 국가에 설치한 외교공관으로 특히 가치가 크다. 1882년 미국과 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한 조선은 1887년 초대 주미전권공사인 박정양(1841∼1905)을 미국에 특파했고, 1889년 2월부터 현재 위치에서 주미공관을 설치했다. 이후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잃은 1905년까지 약 16년간 이곳에서 외교 활동을 펼쳤다.

 

일제는 1910년 한일강제병합 이후 단돈 5달러에 이 건물을 매입한 뒤 팔아넘겼다. 공사관은 군인 휴양시설, 노동조합 사무실 등으로 쓰이다가 2012년 우리 정부 품으로 돌아왔다. 정부는 보수·복원공사를 거쳐 2018년 5월 역사전시관으로 개관해 운영 중이다.

 

19세기 워싱턴에 있던 30여 개국의 재외공관 가운데 당시 원형을 간직한 채 현재까지 남아있는 건물은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이 유일하다고 국가유산청은 전했다.

 

국가유산청은 공사관을 ‘K공유유산’의 대표 사례로 널리 알릴 방침이다. 공유유산은 2개 이상의 국가가 역사·문화적 가치를 공유하는 유산으로, 해외에 있는 한국 관련 유산을 적극 보존·관리·활용하고자 도입한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