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에서 정년 후 교수로…현대엘베 장혜준 “오래 일하려면 ‘나 때는’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 변화해야”

정년 후 어떻게 계속 일을 할 것인가. 퇴직을 앞둔 누구라도 마주하게 되는 고민이다. 장혜준(68) 현대엘리베이터 미래인재 아카데미 전문 교수는 1985년 입사해 기술자로 일하다 정년 이듬해인 2014년 교수로 ‘변신’한 케이스다. 11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장 교수는 “기술교육원에서 구성원들과 함께 성장하는 교육의 업무에 큰 만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에게 다른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늦게까지 일하는 보람과 이를 위한 노력, 지속적으로 일하길 원하는 중고령 근로자들이 해야 할 준비 등에 대해 들어봤다.

 

장혜준 현대엘리베이터 미래인재 아카데미 전문 교수가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제공

―어떻게 교수로 일하게 됐나. 현재 하는 일은.

 

“처음부터 교수가 되겠다는 생각은 사실 없었다. 2013년 정년을 앞두고 해외 프로젝트 매니저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다 회사에서 정부 지원을 받아 기술교육원을 설립하게 됐다. 회사에서 적당한 사람을 찾던 와중에 제가 ‘레이더망’에 들게 됐다. 처음에는 2년 정도 더 일하다 안정화되면 퇴직할 생각 했으나 계속 이어지게 됐다. 2022년에 현대엘리베이터가 충주로 이전하면서 마무리하려 했다. 그러나 정부 컨소시엄이 해지되면서 충주에서 새로 교육원을 정비해야 하는데, 과거와 현재를 알고 진행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후임 교수가 없는 상태에서 사내 강사만으로 체계적으로 교육이 운영될 수 없었다. 계속 기술원에 남아있게 됐다. 현장에서 축적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교육원에서 이론 및 실기 입문 강의와 교재 개발, 교육 과정 개발, 교육 시설물 기획과 관리 등을 맡고 있다.”

 

―일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교육 체계가 갖춰지면서 부족함을 느끼게 됐다. 기술만 가진 내가 아는 것을 전달하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다른 개념이었다. 나는 이공계 나왔다. 안 되겠다 싶어 대학원이 아니라 교육학을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고 4년제 대학에 편입하게 됐다. 교육학과 교육 상담 심리 복수전공을 했다. 다행히 회사와 학교가 많은 배려를 해줘 나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교육을 마칠 수 있었다.”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은.

 

“교육하면서 배우는 점이 더 많다. 스스로 가정에서 가부장적 행동을 하고 있었구나 되돌아보게 됐다. 또 많은 사람과 접하며 공감대를 갖게 된다. 틀림이 아니라 다름을 생각할 수 있는, 발전적 동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교수라는) 이만한 명예를 가지고 구성원들, 교육생들과 교감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관계로 10년 가까이 보냈다. 이 정도의 명예가 나에게 주어질 수 있을까라는 큰 행복과 기쁨으로 근무하고 있다. 가르치며 배우고 서로 성장한다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의 말을 좋아한다. 학문의 전달자로서 명예의 위치에서 학습자를 위한 열정과 헌신으로 항상 접할 기회에 감사하고 있다.”

 

―중장년 인력 활용 필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년 근로자의 장점은. 

“장년 근로자는 긴 근무 경력 동안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하여 조직에 유용한 지식과 노하우를 제공할 수 있고, 개별적 안정성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주어진 일에 대한 책임감과 안정감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긴 경력 동안 축적된 대인관계와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조직 내에서 팀워크 및 협력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다양한 상황에서의 경험은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하고, 조직이나 프로젝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현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중장년 근로자 활용의 단점도 있다. 

 

“현대사회의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산업 변화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미 특정 분야나 직무에 굳어져 있어 다른 직업으로의 변화와 이동이 어려울 수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직무의 접근 방식에 대한 태도가 수동적일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꾸준하게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지 않는다면 체력과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을 수 있다.”

 

―중장년 근로자 활용을 위해 기업이 필요한 일은.

 

“중장년 근로자의 장점과 단점, 각 개인의 상황과 경험을 고려해 조직이 적절한 교육지원과 관리를 제공해야 한다. 장년 직원의 체계적 평가를 제도화해야 퇴직자 계속 고용이 기업의 기술적 안정과 성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내부적으로도 당위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중장년 근로자가 해야 할 일은. 

 

“장년 근로자들은 자기가 가진 타이틀과 기술력이 고착화돼 잘 변하지 않고 새로운 학문에 새로운 기술 접근에 상당히 두려워하고 어려워한다. 기술적인 면에서 회사가 정년 근로자를 계속 쓴다고 하더라도 기껏해야 그 사람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기간은 몇 년밖에 안 된다. 근로자 스스로 변화해 회사에서 요구하는 방향, 회사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방법, 조직 문화 등에서 존재의 가치성을 보여줘야 한다. 군림하려 하고, ‘나 때는 말이야’라고 하면 젊은 구성원들과 일하기 어렵다.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다른 구성원들과 수평적 위치에서 바라봐야 한다. 기회가 왔을 때 잡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기 관리를 해야 한다.”

 

―앞으로 개인적인 계획은

 

“건강 챙기기가 중요하다. 강의하고, 강의안 만들고 하는 게 어떤 때는 힘들고 피곤하지만 책 보고, 글 쓰고 이런 과정은 또 하나의 자아 성장의 과정이다. 이걸 모으면 나중에 진짜 그만뒀을 때 책이라도 쓰면 좋겠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나이를 이야기하는 순간 주위 사람들이 나이대접하려고 한다. 가능하면 나이와 관계없이 대화하고, 행사에 참여하고 눈높이에서 하려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나름대로 가치관이 젊다고 생각하면서 다양한 연령층하고 교류하고, 취미활동도 하려고 하고 있다. 유튜브는 안 하지만 나름대로 영상 찍고 사진 찍고 만들어서 편집하면서 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