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백유의스포츠속이야기] 의사와 운동선수

전혀 다른 이 두 직업군에는 전문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전문직 중에서도 너무나 전문화된 이 두 직종으로 인해 요즘 대한민국이 혼란스럽다.

 

한 곳은 대학 입시 신입생 증원 문제로, 한 곳은 2024파리올림픽을 전후로 스포츠팬의 질타를 받고 있는 대한체육회의 문제 때문이다.

 

1998년 어느 날. 체육계가 뒤집혔다. 대한체육회 산하 단체인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과 지도자 10여명이 줄줄이 기소되고 구속됐다. 혐의는 입시비리. 당시 아이스하키는 실업팀 1개(한라)와 5개 대학, 그리고 10개가 채 안 되는 고교팀이 있었으니 거의 모든 지도자가 법정에 섰을 정도로 충격이 컸다.

 

그러고 나서 교육부는 입시비리 근절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내놓았다. 당시 이해찬 교육부 장관의 “음악특기생은 음대, 미술특기생은 미대를 가는데 체육특기생이 왜 법대, 상대를 가느냐”는 기괴한 논리. 결국 체육특기생들은 체육 관련 전공학과로만 진학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그래서 99학번부터는 다양한 전공을 택하는 운동선수가 사라졌다.

 

최근 의대 증원문제를 놓고 의학계가 똘똘 뭉쳐 반대의견을 내놓는 모습을 보면서 체육계를 다시 바라보게 됐다.

 

1999년 당시 체육인들은 침묵했고, 대학의 체육 관련 학과 교수들은 더더욱 이를 반겼다. 체육전공 학생이 늘어나면 체육이 더 발전하게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 결과는 어떤가? 대학진학을 위해 운동을 그만두거나, 일선 학교에서 아예 운동은 기피대상이 됐다. 체육학 전공으로는 직장 구하기가 쉽지 않자 우후죽순처럼 곳곳에 헬스장이 생기고 있다. 이제는 월 3만원이면 직장 또는 집 근처 체육시설에서 몸을 단련할 수 있게 됐다. 사범대학 체육교육과에 진학한 일부는 교사의 길을 걷기 위해 임용시험을 준비하느라 30세가 넘도록 도서관을 오간다. 또 학교 운동부는 점점 기피대상이 되며 해체 중이고, 엘리트 체육을 하는 곳이 설 자리가 사라져 가고 있다.

 

당시 교육부가 잘못된 정책을 선택한 까닭에 대한민국의 국제화와 선진화를 주도했던 스포츠가 시들시들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학은 아직도 운동선수의 입학에 눈을 감고 있다. 하버드, 예일,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등 세계적인 명문대학들이 스포츠선수들의 입학에 우대점을 주고 있다. 스포츠 활동과 학업을 병행한 선수들에게 문을 열어 놓고 있는 것이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변호사이면서 뮌헨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였다. 자크 로게 전 위원장도 조정 선수 출신의 의사다. 지금의 우리 제도로서는 안세영 같은 선수가 로게나 바흐 같은 인물로 성장할 수 없다.

 

공부선수와 운동선수만이 존재하는 나라. 그게 대한민국이다. 뭔가 크게 잘못됐다.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 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