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 어깨에 올라선 난쟁이… 인문·과학의 상호관계 분석

과학문화, 난쟁이와 거인의 노래/ 김지연/ 자유아카데미/ 2만8000원

 

15∼16세기 르네상스 시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예술가인 동시에 과학자였다. 당시에는 예술과 과학이 하나의 영역에 속한 것이 자연스러웠다. 두 세계의 분열이 온 것은 18세기부터다. 이후 인문과 과학은 분리돼 두 세계에 속한 사람들은 서로를 “천박하다” “반지성적이다”라고 공격했다.

20세기 물리학자이자 소설가인 찰스 스노가 던진 “열역학 제2법칙을 설명할 수 있냐”는 질문에 인문학자들이 불쾌감을 표하자 이에 대한 스노의 응수는 인문학과 과학 사이의 커다란 간극을 잘 보여준다. 열역학 제2법칙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21세기에도 두 세계는 여전히 화합하지 못하고 있다.

김지연/ 자유아카데미/ 2만8000원

신간 ‘과학문화, 난쟁이와 거인의 노래’는 인류의 세계관 변화를 이끈 과학 지식의 발전 과정을 돌아보고 과학과 인문학의 분절 문제를 돌아보게 하는 16가지 이슈를 소개한다.



책은 과학적인 것과 비과학적인 것의 구분은 실제로는 명확하지 않다고 말한다. 열역학 제1법칙(에너지보존법칙)은 영구동력기관에 대한 열망을 폐기하도록 이끌었다고 배우지만 사실은 반대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영구동력기관이 성공할 수 없음을 경험적으로 깨닫고 열망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설명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정립한 것이다. 또 과학을 주제로 다루는 문학인 SF는 과학자와 철학자보다 먼저 인공물을 실험하고 규칙을 실험하며, 독자를 ‘주체’로 태어나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환경 문제에서도 과학과 인문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살충제만 봐도 그렇다. 해충이라는 개념은 원래 존재하지 않다가 1940년대 이후 해충을 없애겠다며 DDT를 비롯한 살충제를 살포했고, 이후 물고기, 새, 포유동물까지 연쇄적인 죽음을 유발했다. 살충제에도 살아남은 모기는 내성을 지니게 됐고 인간은 더 강력한 살충제를 써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저자는 과학과 인문학의 이런 관계를 거인의 어깨에 올라선 난쟁이에 빗대 “거인이 난쟁이에게 어깨를 내주고 난쟁이가 거인의 성장에 기여하면서 상호 관계를 견고하게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