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 산업도시 울산 임금체불액 326억원

지난 11일 빨간 머리띠를 두른 건설업 노동자 500여명이 울산시청 남문 앞에 모였다. 이들은 ‘건설기계 임대료 체불 형사처벌’, ‘북항 터미널 임금체불 해결 촉구’ 등이 쓰인 현수막 등을 내걸었다. 그러곤 “임금체불 해결하라”고 수 차례 소리쳤다. 장원호 전국건설노조 울산건설기계지부 사무국장은 “북항에너지터미널 건설에 참여한 한 업체가 적자를 이유로 폐업하면서 10억원이 넘는 체불이 발생했다”면서 “돈을 받지 못한 건설업 노동자들은 대출을 해서 유가·부품값 등 건설장비 비용을 갚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1일 울산시청 남문 앞에 건설업 노동자 500여명이 ‘전국건설노동자결의대회’를 열고 임금체불 해결 등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건설노조 울산건설기계지부 제공

지난 달 말엔 울산 남구의 한 건설업체 사무실에 붉은색 래커 스프레이로 낙서를 한 60대 A씨가 재물손괴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A씨는 지난 7월14일 오후 7시50분쯤 해당 건설업체 사무실 외벽에 ‘부실공사 중단’, ‘폐업해’ 등의 글자를 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해당 건설업체에서 일용직으로 일했는데, 일당 지급 날짜문제로 고용주와 갈등이 생기자 불만을 품고 이 같은 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추석을 앞두고 산업도시 울산의 임금체불액이 지난해보다 다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 따르면 올해 8월말 기준 임금체불액은 326억원(2559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257억원(2393건)보다 69억원(26.8%) 늘어난 수치다. 2022년엔 325억원(1924건)이었다. 올해 상반기 임금체불은 주로 제조업(31.3%)에서 발생했다. 건설업(20.3%),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18.1%) 비중도 적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관계자는 “임금 체불 신고 항목이 다양해졌고, 올해 조선업 일부 하청업체에서 도산(폐업)하는 사례가 많아 임금체불액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말 울산시 남구의 한 건설업체 사무실 외벽에 남겨진 낙서. 일당 지급 날짜문제로 고용주와 갈등을 빚던 일용직 근로자가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울산경찰청 제공

울산지청은 체불 임금 청산을 위해 추석 전 121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감독에 들어갔다. 임금체불 신고가 잦은 사업장에는 지청장과 근로감독관이 찾아가고, 온라인과 전화 전용 신고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경영상 어려움 등으로 체불이 발생한 경우에는 체불사업주 융자제도 등을 활용해 사업주가 자발적으로 청산하도록 지원한다.

 

특히 경기부진을 겪고 있는 건설업에선 근로자 10명 중 3명이 최근 1년 내에 임금체불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최근 1년 이내 퇴직공제제도 가입이력이 있는 건설근로자 13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4년 건설근로자 종합생활 실태조사’결과, 건설근로자 29.5%는 최근 1년 내에 임금지급 지연(체불)을 경험한 적 있다고 답했다. 이는 앞선 2년 전 조사결과보다 5%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울산건설기계노조 관계자는 “건설기계노동자와 크레인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임금체불을 형사처벌해야 한다”면서 “민간현장에서도 임대료, 임금 분리지급제도를 시행해야 장비대를 자기 돈 처럼 생각하는 악덕 건설업체들을 막는 등 건설현장의 체불을 근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