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부족하지 않다. 국민생명을 다루는 의사에 대한 보상을 늘려 의대생들이 이 분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강원대학교 의과대학 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12일 강원대병원 어린이병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만약 2025년 의대 정원이 4500명으로 정해진다면 2026년 정원을 3000명으로 돌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의학교육 선진화 방안으로 5조원을 투자하고 내년에만 수천억 혈세를 쓰는데 1년 만에 학생 수에 맞춰 채용한 교수를 해고하거나 증축된 시설을 다시 철거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더군다나 이대로 의대생들이 학교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내년에는 7500명의 학생이 수업 받아야 한다”며 “이런 기형적인 상황은 이들이 수련을 마칠 때까지 이어질 것이며 의대와 수련병원은 아수라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투명한 논의과정을 통해 나온 정원이라면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잘못된 정책 추진을 사과하고 2025년 의대 증원 취소라는 결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이달 9일 충북대 의대 본관 앞에서 의대 증원 취소를 주장하며 삭발하고 단식 투쟁 중인 김충효 비대위원장은 화상 연결을 통해 “내년도 증원 정책을 지금 취소해도 떠난 전공의와 학생이 얼마나 돌아올지 알 수 없고 지역의료, 필수 의료는 이미 망가져 버렸다”며 “근거 없는 증원 정책을 내려놓아야 한국 의료를 살릴 수 있다”고 역설했다.
류세민 강원대 의과대학장은 “그간 49명이 참여하던 해부학 실습에 내년부터는 140명이 들어오게 된다”며 “실습 공간을 마련해달라는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대안 없이 학생 수만 3배 늘어나게 되는 데 교육이 원만하게 돌아갈지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의대 증원 없이 강원도 의사 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를 묻는 말에 비대위는 “수도권과 비교해 환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의사를 많이 뽑지 못하는 구조”라며 “지역에서 원하는 숙련된 의사가 부족할 뿐 의사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현장에 나온 한 의료 관계자는 “필수 의료를 담당할 의사가 부족하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사정을 볼 때는 그렇지 않다”며 “의사 수를 늘릴 것이 아니라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부분을 담당하는 의사에 대한 보상을 통해 의대생들이 이 분야로 흡수될 수 있도록 해야 의료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