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사태’ 이어 또다시 육류담보대출 파장…경찰, 2000억대 투자사기 혐의 강제수사

2016년 ‘동양생명 사태’…3800억대 육류담보대출 피해
올해 4월 2000억대 수도권 투자사기 혐의 신고 잇따라
투자회사 대표 등 입건 수사…경찰, 압수수색 등 진행
수입 소고기 등 육류 환금성·회전율 높은 만큼 위험성↑

경찰이 ‘미트론(meat loan·육류담보대출)’과 관련한 2000억원대 투자사기 혐의에 대해 강제수사에 나섰다. 수입 소고기를 담보로 고수익을 기대하고 투자한 피해자는 수도권에만 100명이 넘고, 피해액은 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번 사건을 두고 2016년 국내 중견 사모펀드와 보험사, 저축은행 등이 연루돼 70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으로 번진 ‘동양생명 육류담보대출 사태’를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동양생명의 육류담보대출 규모는 3804억원에 달해 뒤늦게 육류담보대출의 위험성이 수면 위로 떠오른 바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13일 업계 등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최근 투자회사 대표 A씨와 그의 처남인 또 다른 투자회사 대표 B씨, B씨 회사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C씨 등 10여명을 횡령과 사기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입건된 피의자 중 일부가 수입산 냉동육을 담보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투자금을 유치한 뒤 이를 유용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했다.

 

경찰은 지난 4월부터 고소가 이어지자 냉동육 창고와 사무실 등에 대해 2차례 압수수색을 벌였다. 실제로 소고기가 수입됐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거래 목록이 담긴 장부를 확보하고 수입 송장 유무 등을 확인해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에선 중견 사모펀드와 투자회사 등이 투자에 참여했다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회사가 다른 투자회사로 재투자하는 형식을 띠어 쉽게 책임을 가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A씨 역시 600억원대 투자금을 처남 B씨가 대표인 펀드회사에 투자했다가 사기를 당했다며 C씨를 고소한 상태다. A씨는 “(나 역시) 피해자”라며 “가족과 지인의 투자금을 잃어 심적·물리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A씨 측은 담보가 된 수입 소고기는 실제로 수입되거나 창고에 보관되지 않은 허위 물량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피의자 조사만 마친 뒤 아직 피해자 진술을 듣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달 말까지 수사를 마치고 검찰 송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으로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수입 소고기 등 육류가 환금성이 좋고 회전율이 높은 담보로 평가받는다. 대량으로 물건을 취급하는 수입·유통회사들이 자금이 부족할 때마다 냉동창고에 보관된 고기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다. 고금리가 적용되지만 중복 대출 등 위험성이 높아 제1금융권(시중은행)에서는 돈을 빌려주지 않고 보험사·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선택적으로 취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