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이원석 검찰총장 “양극단 사이에서 중심 잃지 말아야” 당부

이원석 "검찰 악마화하지만 지구 멸망해도 정의 세워야"

“상대 진영을 공격하고 자기 진영을 방어하는 데에만 매달리는 양극단 사이에서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13일 2년 임기를 마무리했다. 이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극단적 양극화에 빠진 우리 사회를 깊이 들여다보면 고함과 비난, 조롱과 저주, 혐오와 멸시가 판을 친다”며 “이해관계에 유리하면 환호해 갈채를 보내고, 불리하면 비난하고 침을 뱉어 검찰을 악마화하는 현상이 심화됐다”고 지난 2년을 돌아봤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 총장은 “한쪽에서는 검찰 독재라 저주하고 한쪽에서는 아무 일도 해낸 것이 없다고 비난한다”며 “한쪽에서는 과잉수사라 욕을 퍼붓고, 한쪽에서는 부실 수사라 손가락질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 사건 등 현안수사를 두고 나왔던 정치권의 반응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금은 정치, 경제, 문화, 예술, 종교, 과학, 기술, 의료와 같은 사회 여러 영역에서 소통하고 숙의해 해결해야 할 문제를 검찰과 사법에 몰아넣는 가히 ‘소용돌이의 사법’ 시대”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당한 수사와 재판에 대한 근거 없는 허위 주장과 공격,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지 못할 검사탄핵의 남발, 검찰을 아예 폐지한다는 마구잡이 입법 시도까지 계속됐다”고 날을 세웠다. 

 

이 총장은 “2022년 5월 검찰총장 직무대리로 시작해 9월 검찰총장에 취임한 후 오늘로 2년 4개월”이라며 “한날, 한시도 노심초사하지 않은 적이 없을 정도로 몸과 마음을 쏟았지만, 처음 품었던 뜻을 모두 실천하지는 못했다”고 재임 시절을 회고했다. 

 

이어 “마주하는 모든 일마다 오로지 ‘증거와 법리’라는 잣대 하나만으로 판단하고 국민만 바라보고 결정하려 노력했지만, 국민의 기대와 믿음에 온전히 미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여전히 험한 풍랑 앞에 놓인 검찰을 남겨두고 떠난다는 사실에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지만, 검찰 구성원 여러분의 저력과 의지를 믿고 마음을 내려 놓는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부정부패와 비리에 대해 하나하나의 사건마다 ‘지구가 멸망해도 정의를 세운다’는 기준과 가치로 오로지 증거와 법리만을 살펴 접근해야 하고 개인이나 조직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검찰의 주된 존재 이유는 옳은 것을 옳다, 그른 것을 그르다고 선언하는 것”이라며 균형된 수사 등을 주문했다.

 

이 총장은 임기 중 성과로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극복, 민생침해범죄 대응, 각종 합동수사단 출범 등을 꼽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실무 기준을 확립하고 선거 범죄에 엄정 대응한 것, 제주 4·3 사건과 5·18 민주화 운동 등 과거사 관련자에 대한 재심 청구 등도 주요 성과로 언급했다.

이 총장은 2022년 5월 총장 공석 상황에서 대검찰청 차장으로 임명돼 직무대행을 맡았고 같은 해 9월 16일 제45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공식 임기는 15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