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돼지’ ‘조센징’
의사와 의대생만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일부 의대생의 막말은 충격적이다. 일부 글쓴이들은 ‘사람들이 더 죽어야 의사에게 감사와 존경심을 갖게 된다’는 식의 반사회적인 선민의식을 드러냈다.
14일 정부·의료계 등에 따르면 의사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내세운 메디스태프에는 “매일 1000명씩 죽어 나갔으면 좋겠다” “추석 응급실 대란이 진짜 왔으면 좋겠다” 등 충격적인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 커뮤니티는 의사·의대생만 인증을 거쳐 가입이 가능하고,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 폐쇄적 구조다.
이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국민을 ‘개돼지’ ‘조센징’ 이라고 표현하며 비하했다. 특히 “조선인이 응급실을 돌다 죽어도 아무 감흥이 없다”거나 “생을 마감할 뻔한 경험들이 여럿 쌓여야 생명을 다루는 의사에 대한 감사함과 존경심을 갖게 된다” “매일 천 명씩 죽어 나갔으면 좋겠다” 등 입에 담기 어려운 글까지 여럿 올라왔다.
추석 연휴에 응급실 대란이 오길 바란다는 발언도 있었다. 의사로 추정되는 게시글 작성자는 “추석에 응급실 대란이 진짜 왔으면 좋겠다. 조선인들 살리면 안 되는데” 등 패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지난 10일 밤부터는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사 의대생 커뮤니티 글이 내부 폭로로 유출됐다’는 글과 함께 이러한 막말을 촬영한 사진 여러 장이 공개됐다.
의대생들이 이처럼 부도덕한 발언을 쏟아내는 배경에는 응급실 사태가 더 악화될 경우 정부가 의대 증원 정책을 포기하고 백기 투항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반사회적 글들이 게재된 사실이 확인되자 정부는 해당 글 게시자들을 대상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현장 의료진 보호를 위해 명단 유포나 비방 등의 게시글을 확인하는 즉시 신속하게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미 응급실에서 근무 중인 의료진의 신상을 공개한 ‘블랙리스트’ 글과 관련해 용의자 5명을 특정해 수사 중이다.
잇단 ‘의사 블랙리스트’와 막말이 논란이 되면서 의료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0일 입장문을 내고 “‘감사한 의사 명단’ 일명 응급실 블랙리스트 작성·유포로 인해 의료계 내 갈등이 불거지고 국민들께 우려를 끼친 것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블랙리스트 작성·유포를 중단해 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수호하는 의료계일수록 더욱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 자성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